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학교를 멍들게 한 단어는 ‘왕따’였다. 곧이어 ‘은따’, ‘전따’, ‘넷따’와 같은 파생어가 등장했고 이런 유행어가 마치 ‘왕따 현상’을 부채질한듯 줄지어 따돌림과 학교폭력 관련 이야기들이 대중매체를 채웠다. 학계에서는 한국의 ‘왕따’가 일본의 ‘이지매’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인 청소년들의 공통된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학교 폭력 분야의 저명한 노르웨이 버전 대학의 올베우스(Dan Olweus) 교수와 영국 런던 대학의 스미스(Peter Smith) 교수 등이 나라간 따돌림 현상의 특징을 분석한 1999년 보고서(The nature of school bullying: Across-national perspective)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역시 괴롭힘(bullying)과 따돌림(rejecting)등의 문제가 학교폭력의 문제로 심화되었고 이런 교육문제는 99년 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2명의 학생이 교사와 학생 13명을 총기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사회문제화되기도 했었다. 그후 학생들의 폭력과 따돌림 관련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상담학계는 학생들의 공격적 행동의 원인을 심리학적, 사회학적 원인에서 찾았고 이에 기초한 수많은 교육 및 중재 활동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사회문제화 된 학교폭력 문제에 대
해 학계의 신속한 대응으로 관련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교 폭력문제를 선명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최근에는 심리학적, 사회학적 모델을 생물학적, 의학적 지식과 연결하여 보다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명확한 이해를 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마치 주의가 매우 산만하고 충동적인 학생들 (ADHD: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의 원인이 뇌의 활성화 기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현재 ADHD 학생들의 주된 치료방법이 약물치료라는 사실과 흐름을 같이 한다.
실제로 따돌림을 당하는 아동들은 심한 스트레스로인해 학습에 지장을 받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며 기분이 우울해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는 정서적 증상이 동반된다. 또한 식욕을 잃고, 두통을 느끼는 것과 같은 신체적 증상도 겪는다. 결국 통합적인 접근은 이러한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증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신체적 증상에 주목하며 이들 영역간의 관계성을 보다 명확하게 그려내려고 한다.
이러한 새 흐름의 연구자들은 코티졸(cortisol) 이라는 부신피질 호르몬에 주목한다. 이 호르몬은 학습과 기억, 면역체계 및 감각의 민감성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누구든지 따돌림과 같이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 호르몬이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학습과 기억력이 감소하고, 면역체계의 기능이 떨어져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이전까지는 따돌림이라는 외적 상황과 이에 대한 아동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졌다면 이젠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메카니즘을 생물학적 열쇠로 풀어내어 보다 통합적으로 따돌림의 문제를 바라보면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이러한 관점은 기존의 심리학적 해석을 보다 뒷받침해주고 있다. 가족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초등학생들의 경우 부적응 문제를 호소하는 대부분의 아동들은 그 배후에 역기능적인 가족체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아동은 가정의 거울이다’라는 말처럼 가정이 건강하지 못할 때 아동의 발달에 부적응이 생기는 것이다. 가정환경과 아동의 스트레스를 생물학적 관점에서 연구한 보고서들에 의하면 부모와 자녀가 겪는 갈등의 반응으로 코티졸 호르몬의 수준이 변화한다고 보고한다. 그리고 이러한 호르몬 변화의 결과로 아동이 사회적 위축되어 자신감을 잃거나 불안을 보이는 등의 부적응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주제는 연구방법에도 변화를 준다. 예를 들어, ‘따돌림 당하는 학생들의 성격특성과 감성지능 비교연구’라는 연구를 할 때 따돌림 당하는 학생을 선별하기 위해 “따돌림을 경험해봤나요?”와 같은 ‘자기보고’(self-report)와 “반에서 누가 따돌림을 당하나요?”와 같은 ‘또래 거명’(peer nomination), 그리고 따돌림 현상을 직접 ‘관찰’(observation)하는 방법이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자들은 이러한 방법과 더불어 학생의 흥분정도를 심장 박동과 피부 전기전도성(skin conductance)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연구를 뒷받침한다. 특히 최근에는 학생의 침을 채취하여 코티졸과 같은 호르몬의 정도를 알아내는 기술이 발달되어 연구방법의 발전이 거듭되고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ADHD 학생들의 뇌 활성화 기제를 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나 PET(양자방출단층촬영)의 개발과 같은 의학기술에 힘입어 알게 된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처럼 상담학계는 기존의 심리학적 접근에 생물학적, 의학적 접근을 연결하여 통합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복잡한 심리학적 현상의 해석을 뒷받침하는 도구로서, 지금까지 해석이 되지 않았던 대안적 설명으로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국립정신건강협회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와 국립건강협회(National Institute of Health)가 최근 막대한 양의 연구비를 지금까지 살펴본 통합적 연구에 할애하는 사실로서 뒷받침된다.

 
전 오하이오주 및 켄터키 주 상담학회장을 지냈고 현재 세계적 상담 학술 및 전문 단체인 ‘카이 시그마 아이오타(X∑I)'의 회장이자 펜실베니아 주립대 상담교수인 해즐러 (Richard Hazler) 교수 역시 지난 20여 년간 수행해온 학교폭력 관련 연구의 초점을 현재
 

통합적 접근에 맞추고 활발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첫 단계가 상담의 기존 지식에 따돌림과 관련된 신체적, 생물학적, 화학적 이해를 덧붙이는 것이라면 그 다음 단계는 따돌림과 관련된 조건들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학적, 사회학적, 환경적 및 화학적, 신경학적 요소들의 복잡한 연결고리들을 풀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계에 이르면 따돌림 현상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 및 행동 체계에 대한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이해를 통해서 보다 효과적인 예방 및 중재활동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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