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이학년인 재연이는 수면제와 술을 먹고 정신을 잃은 것을 부모가 발견해서 응급실로 오게 되었다. 다행히 위세척과 주사제 투여 후 정신을 되찾았다. 하지만 정신이 들자 그녀는 의료진에게 욕을 퍼부으며 다시 자기 목을 손으로 조르는 등의 행동을 보여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재연이와의 면담에서 그녀가 최근 에스 언니라고 따르는 선배의 자살 장면을 목격한 것을 알게 되었다. 채팅에서 만나 알게 된 그 언니를 재연이는 무척 따랐다.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마음 속 깊숙한 것까지 털어놓았고, 시간이 나면 대부분 그 언니와 같이 어울려 다녔다. 그런데 며칠 동안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자 그 언니가 혼자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가 그만 방 한 가운데에 목을 매고 죽어 있는 언니를 발견한 것이다. 같이 간 남자친구들이 경찰에 연락하고 뒤처리를 하는 동안 재연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날부터 자신이 목격한 장면이 눈에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언니와 연락이 되지 않는 바로 그 날로 찾아갔더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책감에 너무 괴로웠다. 잠도 잘 수 없고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겉으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부모와는 대화가 없어진 지 오래였고, 친구들과도 몇 번의 갈등 끝에 다투고 헤어져 자기와 고통을 나눌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아주 힘들 때면 그 장면을 목격한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그 기억을 자기 뇌리에서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살을 선택한 것이었다.

친구나 주위 사람이 자살한 경우 따라하는 사례 높아
자살은 10대 사망원인의 하나이다. 지구상에서 매일 천 명씩의 사람들이 자살로 인생을 끝낸다고 한다. 사망진단서를 기초로 해서 한국의 자살율이 세계 제 2위라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어떤 연구자들은 보고되지 않는 경

우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자살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어쩌면 세계 제 1위로 자살율이 높은 나라일 수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조심스러운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 자살율만 따로 보고된 것은 없지만, 서구에서는 자살이 청소년 사망 원인의 두 번째 라고 한다. 5~14 세 사이에서는 7번째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청소년의 자살 원인으로는 부모 사이의 불화, 부모와 청소년 사이의 불화, 부모의 죽음이나 이혼, 가까운 친구와의 갈등이나 헤어짐, 진학 실패, 성적 부진, 권태감 등이 주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친구나 주위 사람들이 자살한 경우 따라하는 사례가 다른 연령층보다 높다.

왜 그들은 자살을 하려는 것일까
대개 다음과 같은 심리에서이다.
첫째는 역습적 유기로서의 자살이다. 예를 들어 실연당한 후 자살하는 경우, 상대가 자신을 버렸으니 이번에는 자신이 죽음으로써 상대를 똑같이 버리겠다는 심리이다. 이 경우 어린 시절 부모의 죽음을 경험한 사례가 많다. 죽음에 대해 아직 개념이 서 있지 않은 어린 나이에 부모가 죽는 경우 그들은 부모가 자신을 버리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무의식적으로 분노와 복수심을 갖고 있다가 성장과정에서 그 비슷한 경험을 하면 다시 그 분노와 복수심이 폭발해 자살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반전살인으로서의 자살이다. 자살과 살인은 백지장의 앞과 뒤의 관계라는 말이 있다. 즉 상대방에 대해 미움과 분노를 느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죄책감, 상대방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심리로 자기를 죽임으로써 상대방에게 복수하는 심리이다.
세 번째는 재결합을 기약하는 자살이다. 현실생활의 좌절과 불행에 지친 나머지 먼저 저 세상에 간 가족과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감행하는 자살이다.
네 번째는 자기 응징으로서의 자살이다. 인생의 어느 중대한 목표를 성취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자신을 처벌하기 위해 자살하는데 자살 전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재연이의 경우, 이 네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 자기가 일
찍 연락을 취했더라면 언니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죄책감이 마치 자기가 언니를 죽인 것처럼 생각이 전개되어 언니를 살리지 못한 자신을 응징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자행한 것이다.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보이는 자살의 전조증상을 알아차리고 그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살 시도자들은 농담반 진담 반으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다. 재연이의 경우도 현장에 같이 있었던 남자친구들에게 ‘괴로워서 못살겠다.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갑자기 성직자나 의사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자기 말을 심각하게 들어주지 않는 가족들에 대한 실망의 표현으로 자기 마음을 알아줄 누군가를 찾는 것이다.

심사숙고끝에 행동으로 옮기는 데 1주~1개월 걸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살은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심사숙고한 다음에 행동으로 옮기고 생각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데 보통 1주에서 1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식사량이 줄고 말이 없어지고 특히 수면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잘 자던 사람이 잘 못 자거나 반대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사람이 푹 자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유서를 써두고 마치 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행동한다.
만약 자살의 가능성이 의심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다. 단 부드럽게 그리고 광범위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차차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요즘 기분은 어떠니?-> 자포자기라는 생각은 안 드니?-> 자신을 해치고 싶은 심정이니?-> 자살하겠다는 말이니?-> 자살방법도 생각해 보았니?-> 수면제는 어떻게, 몇 알을 모았니?-> 모은 약은 어디다 감추었니?”

자살하는 순간까지 누군가 중단시켜 주기 열망
솔직하게 물어보면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정직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게 자상하게 물어봐 준 상대방을 고마워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누군가가 자기 마음을 알고 그것을 중단시켜주기를 열망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살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도 섣부른 위로는 금물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이쪽의 진실성을 의심한다.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입바른 소리를 해?”하고 입을 다물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힘든 것을 다 이야기하도록 격려해주고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컷 울도록 하는 것도 좋다. 절대 자살기도의 그릇됨을 가지고 설득하거나 논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 참 힘들었겠구나, 어떻게 그렇게 힘든 것을 견뎌냈니, 대견하구나. 난 언제든지 네 편이니까 힘들면 참지 말고 나에게로 오렴. 내가 널 위해 해줄 게 없겠니, 그렇다면 나도 기쁠텐데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공감하고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노력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족 중에 우울증이나 자살시도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를 권유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가족들에게도 본인의 상태를 알려주고 같이 합심해서 보호하고 격려해주기를 부탁해야 한다. 이때 절대 아이를 야단치거나 무시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상기시켜주어야 한다.

어느 경우에도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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