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사의 취재로 ‘강아지 공장’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적잖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기견을 양산하는 불법 번식장 철폐 서명 운동 및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지만 애견 인구 1000만 시대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죽음을 앞 둔 반려견과의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주는 사진작가가 있다. 그 역시 버려진 유기견의 사연을 보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번호에는 ‘노령견과 가족사진’ 이라는 프로젝트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서찬우 사진작가를 만나보았다.

작가님께서 진행하고 계신 ‘노령견과 가족사진’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려요. 말 그대로 ‘나이가 많은 반려견과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프로젝트인데요,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것만 같던 아이들이 어느새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할 때 그 동안 아낌없이 베풀어 준 사랑에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합니다.
단순히 셔터만 누르는 사진 촬영이 아니고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이 아이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 존재였는지 그간 잊고 있었던 추억을 되살리면서 같이 웃기도 하고,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같이 울기도 하며 공감을 나누는 프로젝트 입니다.


어떤 계기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시게 되셨나요? 애견 인구 천만 시대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십만 마리랍니다. 어느 날, 캄캄한 밤중에 도로를 달리던 차에서 강아지 한마리가 길바닥에 버려졌는데 자기가 버려진 것도 모른 채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린다는 그 강아지 사연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분명히 한 때는 이름도 불러주고 예뻐해 줬을 사람들이 어떻게 나이 들고 병들었다고, 또는 귀찮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버릴 수 있는 건지…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강아지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알림을 통해 몰지각하고 무분별한 강아지 입양을 막고 싶었습니다. 반대로 끝까지 한 생명을 지켜주는 고귀함을 통해 조금이라도 성숙한 애견 문화를 만들고 싶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저는 대단한 애견가는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사진이란 방법으로 말입니다.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의 보수는 ‘감동’이라고 말씀하신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작업하시면서 큰 보람 느끼신다고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하자마자 신청해주신 ‘단비’네가 아무래도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15년을 함께 해 온 단비가 곁을 떠난다는 걸 인정하지 못했던 단비 엄마가 엄청난 병원비의 압박은 둘째 치고 자기 욕심 때문에 단비가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며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을 같이 찍고 싶으셨답니다. 단비는 다음 날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덕분에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었다며 무척 감사해 하셨습니다. 의외로 다들 10년 넘게 키우면서도 같이 찍은 사진이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사진 감사하다고 하실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작가님은 언제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할 때부터 관심이 있었는데요, 취미로서는 유지비용이 부담스러워서 멀리 하다가 2000년대 초반에 필름이 없는 DSLR이 유행하면서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어딜 가든 제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고 마침 블로그라는 좋은 매체를 만나 수많은 정보를 얻으며 좋은 분들과 교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카메라 회사에서 사진 공모전이 있었는데 운 좋게 당첨이 되어 캐나다, 하와이, 베트남 등 해외 파견을 나가게 되면서 평범하던 직장인이 업종을 바꾸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됐습니다.


서 작가님처럼 사진작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도 사진을 전공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은데요, 중요한 건 기계적인 메카니즘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마음의 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진을 전공하기 위해 사진학과에 가면 더욱 좋겠지만 사진 전공이 아닌 글을 쓰는 분들이나 병을 고치는 의사 선생님들도 10년 넘게 찍은 저보다 훨씬 잘 찍으시는 걸 보면 결국 어떻게 찍을 것이냐 보다 무엇을 찍을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지식은 기본이고 좋은 책을 많이 읽어보기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사진작가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꾸준하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야 자신을 통해 투영되는 사진이 올바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과는 다른 관점과 철학이 결국 남다른 사진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사진작가로서의 삶은 어떠한가요? 모든 직업이 그렇듯 고충과 보람이 공존하겠죠? 저 역시 사진으로 전업하려고 마음먹으면서부터 결코 쉽지 않은 고충을 겪었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외롭고 쓸쓸할 때도 많고 무엇보다 장비들이 많다 보니 강인한 체력은 필수 입니다. 인물사진을 위해선 열린 마인드도 필요하고 풍경사진을 위해선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벽녘 어두운 산 오르막길을 뛰어 오르기도 하고, 마감이 급해 밤새는 일도 허다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결과물이 좋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 힘든 것들을 싹 잊어버리면서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됩니다.


전쟁 보도사진으로 유명한 로버트 카파나 인물 중심 작업을 주로 하는 조세현 작가와 같이, 서 작가님도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중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제가 감히 로버트 카파나 조세현 선생님을 운운하면서 작품이라고 할 것까진 없을 것 같고요, 그저 좋아하는 사진이 보다 의미 있게 쓰였으면 하는 소망은 있습니다. 너무 과장되거나 가식적인 사진보다는, 사람이든 풍경이든 정직하고 남들이 갖지 않은 고유의 느낌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혹시 작가님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해외에는 Steve McCurry, Michael Kenna, Elliott Erwitt, Ed Kashi, James Nachtweh, Sebastiao Salgado, Gregory Colbert 등이 있고요, 국내에서는 배병우, 김수남, 김영갑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그 동안 해 오신 ‘노령견과 가족사진’ 프로젝트의 전시를 계획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전시회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만 미뤄지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우선 여러 분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용기 내어 신청해주셨는데 답변조차 못해드린 분들께도 죄송하고요. 빠르면 내년 봄쯤 그간 사진 찍었던 분들 모셔놓고 전시회를 열 예정입니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생기면 유기견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사진을 찍는 사진가가 되고 싶습니다.


Photographer Seo Chan Woo
http://blog.naver.com/chan1105/220453745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