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식6월호::::::

오후 4시경이 되면 많은 청소년들이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상담실을 방문한다. 일전에 이들을 대상으로 ‘상담실에 오면 뭐가 좋은가’ 질문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상담자 상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상담선생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자기가 가진 단점을 들추어내기보다는 장점을 찾아내려고 하고, 작은 변화에도 칭찬은 아끼지 않는 게 참 좋다’고 하였다.

또 다른 호기심이 발동하여 상담을 받은 결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어보았다. ‘친구를 많이 사귀게 되었다, 효율적인 학습 전략을 알게 되었다, 내 진로가 뚜렷해졌다’ 등의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이전보다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전에는 어떤 일에 부딪쳤을 때 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요즘에는 어떤 일이든 부딪쳐 보려는 용기가 생겼다’고 하였다.

사실 상담자로서 누군가를 도와준다고 할 때 많은 부담과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좀 더 유능한 상담자가 되고자 프로그램마다 쫓아다니면서 그토록 열심히 배우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움을 받는 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자신을 믿어주며, 작은 것이라도 챙겨서 칭찬해 주는 것이라는 걸 종종 잊을 때가 있다.

일전에,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난 마치 터널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고, 어두컴컴한 터널은 내 생애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당시 상담자는 언제쯤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터널의 끝은 분명히 있으며, 터널의 끝자락엔 밝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끊임없이 희망을 이야기해 주었다. 무슨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상담자는 내 옆에서 보조를 맞추면서 함께 걷고 있는 동반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아직도 그 문제가 풀리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절망적이지는 않다. 이젠 터널의 끝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 스포츠 중계를 보다보면 출발 직전에 있는 스키 선수들이 취하는 재미난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뒤에 자신이 통과해야 할 코스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실제 스키를 타는 장면을 연출한다. 어떤 코스를 지나야 하고, 각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생생하게 그려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타기 위하여 시상대에 올라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뿌듯해하는 걸 볼 수 있다.

미래의 삶을 그려보는 것은 목적적인 행위이다. 이정표가 분명하다면 과정 중에 나타나는 난관, 장애물은 지나가는 과정으로 여길 수 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현재의 모습에 절망할 때가 더러 있다. 솔직히 말해서 상담적인 만남을 그만 두고 싶을 때도 많다. 나와의 만남이 저 아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회의가 들 때도 많다.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은 상담자인 내가 아이들에게 어떤 희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상담 성과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아이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1년 뒤, 5년 뒤, 10년 뒤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텐데, 현재의 모습에서 얼마나 희망적인 요소를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어쩌면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터널의 끝은 있고, 그 끝자락에 밝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