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 아동 치료 사업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
아이들에 대한 심리적 부검 필요해

최근 그가 관심을 쏟고 있는 주제는 인터넷이다. 홍 교수는 인터넷 중독 아동이 급격히 늘고 밤낮없이 게임만 하다 목숨을 잃는 사례도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저 게임이 재밌어서 빠진 것" 정도로 가볍게 보고 실질적 대책 마련에 무심한 분위기는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홍 교수의 생각이다.
"단순히 게임 재밌으니까 중독된다고 해버리면 치료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에겐 우울증이나 사회공포증 등 심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거기에는 또 가족과의 대화 단절 같은 원인이 있겠죠. 인터넷 중독 아동 중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정도를 보통 2-3%, 많게는 5%로 봅니다. 원인과 유형, 정도에 따라 인지행동치료, 그룹치료, 가족치료 등의 방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도 가능하구요."
자살사이트를 보고 죽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자살사이트 보고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자극적이기만 할 뿐 근본적 대안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심리적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 아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족환경은 어떤지 정신학적으로 분석해 들어가다 보면 이래서 죽었구나, 뭔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그 아이들에 대해 좀더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도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그렇게 몇 케이스 연구하다보면 그런 현상을 줄일 대책도 만들 수 있을테구요."
홍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이러한 문제 의식을 토대로 서울대 등 4개 학교에서 심각한 인터넷 중독 청소년 치료·재활 기반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볼 계획이다.

청소년기는 제2의 기회
"철학과 비전을 가지는 것이 중요"

평생 셀 수 없이 많은 활동을 하면서 국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공로상, 보건복지부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누구나 인정할 정도의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지만 홍 교수는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소아정신학 교과서를 지난해 냈으니 올해는 청소년정신학 교과서를 내고 싶어요. 보통은 소아·청소년정신학이 한 교과서에 있거든요. 그 중 청소년 내용은 1/5도 안되요. 청소년기는 아동기의 문제를 재경험하고 정리할 수 있는 제2의 기회에요. 정말 중요한데도 충분히 다루어지고 있지 못하죠. 청소년정신학의 전반을 다루고 싶어요. 정신발달이나 인터넷, 왕따, 학교폭력 등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 치료와 사회적 개입에 관한 내용도 넣고. 이것만 보면 왠만큼 청소년정신학의 기본은 갖출 수 있는 정도로 만들고 싶습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일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홍 교수의 눈이 반짝 빛난다. 꿈꾸고 실천하는 이들이 으레 그렇듯 곁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생기와 활력이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홍 교수는 "철학과 비전을 가지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내가 무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가지면 좋겠어요. 돈이나 쾌락같은 즉흥적인 것만 보지 말고 내 삶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뭔가 고민해보는 거죠. 그걸 발견하면 지금의 노력과 어려움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절로 알게 되구요. 모든 청소년들이 열정과 가능성,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그걸 꼭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