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식6월호::::::

“너 어디 가니?” “밖에요” “뭐하러?” “친구 만나러요.”“친구 누구?”“엄마! 내가 무슨 초등학생이에요. 엄마한테 일일이 누구 만나는지 다 얘기해야 되요?”
누구나 쉽게 그려볼 수 있는 청소년 자녀와 엄마 사이의 대화다. 무뚝뚝한 목소리에 조금은 화가 난 듯한 그리고 엄마의 관심이 이제는 간섭으로 느껴진다는 다소 반항기서린 청소년들의 말과 행동. “사춘기때는 다 그런거지 뭐”라고 주장하는 아빠의 말처럼 정말 청소년들은 “이유없는 반항”을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독립적 혹은 반항적 행동은 명백한 심리학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 아동기에서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학생들은 눈에 띄게 부모에게 의존했던 성향이 줄어들고 자율성(autonomy)을 증가시켜 나간다. 이 과정에서 독립적인 행동이 증가하게 되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자율성의 증가가 “반항”으로 오해받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신이 선호하는 디자인의 옷을 입으려 하는 성향이 강해져 부모가 사준 옷을 입지 않는다. 부모에게 물어보거나 허락받는 것이 줄어들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행동을 한다.

이처럼 자율성을 증가시키는 행동은 인간의 매우 본능적이고 정상적인 특징 중의 하나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에릭슨(Erickson, E)은 세살짜리의 아이들이 “아니야!”, “싫어!”라는 말이 증가하는 행동은 주변인과 환경의 지배를 받아오던 상황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증가시키는 행동으로 이해했다. 이후에 아동은 계속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는(self-control) 능력을 키워나가며 동시에 남을 의존하는 것에서 자신을 의존하는(self-reliance) 행동을 증가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평생에 걸친 발달과정에 일어난다. 그런데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신체와 사고 및 감정이 보다 빠르게 변하는 발달의 특징과 맞물려 이들의 독립적 행동이 “반항”의 형태로 보여지는 것이다.

정신분석자들은 이러한 “반항”적 행동은 자녀와 부모가 형성해온 관계의 변화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누구든지 태어나면 어린 아이는 양육자의 사랑과 관심속에서 애착(attachment)관계를 형성해 간다. 정신분석자들은 유아기를 통해 형성되고 아동기를 거쳐 확고해진 자녀와 부모간의 “애착”을 청소년들이 끊으려한다고 보았고 이 과정을 “분리/이탈”(detachment)라고 이름 붙였다. 이러한 발달 과정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것이며 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발달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보았다.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어야할 발달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 “이탈”현상을 겪으면서 청소년들은 부모와의 심리적 거리감이 멀어지는 것일까? 부모로부터 이러한 정서적 분리와 이탈을 경험하지만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모든 청소년들이 부모와 친밀감을 잃는 것은 아니다. 가족관계를

연구하는 최근 대부부분의 연구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시기에 부모와 다소간에 부딪히는 일들이 많아지지만 부모와 분리되었다고 느끼지는 않으며 오히려 정서적 독립심이 증가되었다고 일관되게 보고한다. 다시 말해, 청소년들의 반항적 행동은 부모와의 관계를 끊거나 감소시키기 위한 위험한 행동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정서적 독립성을 증가시키는 건강한 행동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면 청소년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어떤 생각과 경험을 하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이상화의 감소 혹은 현실화" (de-idealization)가 청소년들이 겪는 첫 번째의 심리적 자율성이라고 믿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의 마음속에 이상화시켰던 많은 것들을 이 시기에 현실화 시킨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던 아빠 역시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선생님은 더 이상 화장실에 가지 않는 존재가 아니다. 이들의 마음속에 이상적인 존재로 여겼던 많은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면서 사람과 사물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 시기에 증가하는 자율성은 감정과 행동, 그리고 가치에 걸쳐 전반적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어릴적 순하다고 평가받던 현수가 부모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감정의 자율성), 늘 친척 결혼식에 부모와 함께 따라나섰던 민우는 더 이상 가족행사에 일일이 따라가려 하지 않게 된다(행동의 자율성). 또한 대학 진학시 진로의 선택에 있어서도 사범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기대와 달리 서영이는 자신이 원하는 기자의 꿈을 접지 않는다(가치의 자율성). 이처럼 청소년의 독립적인 행동이 생활의 전반에 걸쳐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부모는 다소 서운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이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청소년들이 보이는 다소 반항적인 행동의 이면에 걸친 이들의 자율성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이를 적절하게 반응해 줄때 청소년들은 보다 마음 문을 쉽게 열 수 있다. 동시에 청소년들이 자칫 자신의 자율성만을 고집하고 편향된 가치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가치와 행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자율성을 조절하며 균형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