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식 7월호

서울대의대 정신과학교실에서 24년간 봉직하는 등 40년 가까이 임상심리학자로서의 외길을 걸어온 김중술 전 서울의대 교수를 만났다. 서울대 재직 당시 서울대병원 정신과에 임상심리사 수련과정을 처음으로 개설, 의과대학 내 임상심리학의 입지를 넓히는 데 큰 공헌을 한 김선생님은 은퇴 후에도 여전히 현역상담가로서의 기백이 넘쳤고 꼿꼿한 학자적 자세 또한 잃지 않고 계셨다. 서울대 입구 역 근처에 부부상담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계신 김선생님은 전문가로서 현재 만연하고 있는 이혼 등의 사회문제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 상담실을 개설했다고 말씀하셨다.

▲ 처음 임상심리학을 공부하시게 된 계기와 서울대 의대 정신 과에 임상심리학을 도입할 때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발원을 하고 노력을 하면 그것이 결국 이루어진다는 게 제 경우를 보면 맞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심리학도로서 의대 교수가 돼 평생을 마치게 된 것도 그 한 경우인데요. 저는 사실 의예과 지망생이었지만 색약 판정을 받아 떨어졌고 3지망 수학과에 입학하게 돼 졸업까지 했지요. 하지만 제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는데 심리치료(Phycho Theraphy)라는 과목이 심리학과에 들어 있지 뭡니까. 그래서 심리학과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결국 졸업후 심리학과 3학년으로 다시 학사편입을 해 심리학도가 됐지요. 석사를 마치고 군대갔다 와서 마침 가톨릭성모병원에서 임상심리분야 조교를 모집하길래 응시해 합격했고 그게 계기가 돼 임상강사를 거쳐 의과대학 교수가 된 국내 최초의 임상심리학자가 됐지요. 비교적 임상심리분야에 일찍 눈뜬 그곳 정신과 교수들의 도움으로 67년 미네소타대에 교환교수로 가 임상심리학 공부를 하고 온 것이 큰 힘이 됐습니다. 사이코 테라피 수퍼비전, MMPI, 로샤테스트 등을 이때 배웠지요. 그전까지는 가르치는 데가 없어 임상심리분야를 거의 독학하다시피 했거든요. 74년까지는 가톨릭대에서 근무했고 그후 6년 동안 순천향병원에 있다가 서울의대에 오게 되었고 그곳 정신과 주임교수였던 이장균박사와 뜻이 맞아 3년과정의 임상심리학 수련과정을 개설하게 됐지요. 미네소타대의 수련제도를 본따 만든 것이지요.
▲수련과정 개설과정이나 임상심리학자로 의대에 근무하시면서 힘든 일도 많으셨을텐데…
가톨릭대에 있을 때 텃세를 조금 겪었지요. 종교가 가톨릭도 아닌데다 순혈통의 의사도 아닌 서울대생이 의과대학 핵심멤버가 되다보니 겪은 갈등인데 서울대에서는 그게 훨씬 덜했어요. 의대와 문리대가 가까이 있어 서로의 이해기반이 넓어서인지 의사가 아닌 것 알면서도 다 존중을 해주었죠. 게다가 뜻맞는 이가 있으니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이었달까요. 그때 다른 의과대학에는 정신과 레지던트가 1,2,3,4학년 통틀어 2~3명 정도일 때로 보면 되는데 서울대가 임상심리학 수련과정을 개설하고 나서 3년이 지나니 6명이 수련을 하게 됐어요. 굉장한 성과죠. 그러다보니 다른 의사들이 놀라더라고요. 한양대에도 수련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1년짜리였고 3년 과정은 우리가 처음이었거든요. 다른 대학들도 우리 따라온 데가 많습니다. 지금은 소아과까지 다 관장하게 될 정도로 발전했지요.
▲ 임상심리학과 일반심리학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임상심리학은 정신과적 문제나 심리치료를 필요로 하는 분야, 즉 비정상적인 심리현상인 정신병리를 가진 사람을 진단하고 상담하며 치료하고 연구하는 학문인 반면 심리학은 비정상인보다는 주로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게 큰 차이라면 차이지요.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데 약물을 쓰는 것은 초기단계 개입입니다.
▲ 초기와 비교해 현재 임상심리학 분야에서 달라진 것이있다면?
초기 5~6년 동안에는 진단검사만 주로 맡아했는데 현재는 심리치료 분야에서 활발한 가르침과 치료가 행해지고 있지요. 임상심리 치료센터들도 많이 개설되었고 질 좋은 연구논문들도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 개발된 연구방법론도 많고 연구목적의 다양한 검사들도 많이 행해지고 있죠. 특히 우울증, 불안증, 사회(대인)공포증, 망상, 공황장애 등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검사들이 다수 발표되었습니다.
▲ 현재 하시고 계시는 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임상심리학분야의 선생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대구 등 전국 각지를 다니며 수퍼비전을 해주고 있고요, 1년전엔 부부치료상담센터를 개설해 심리치료의 한 방편으로 이혼문제를 상담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화목한 부부관계야말로 세계평화의 기초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부부가 화목해야 정신적으로 건강한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고 그것이 건강한 사회, 세계 평화의 기초가 되는 법이니까요. 그동안 상담을 통해 이혼도장 찍는 데까지 간 이들을 화해시킨 일도 있고 결국 해결하지 못한 건도 있지요. 7월 20~24일에는 일본 고베에서 열리는 ‘세계인지행동치료학회’에서 ‘불교와 인지치료 특강’을 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이혼문제가 아주 심각해져가고 있는데 이 문제에 있어서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혼전 약혼단계부터 교육을 시켜야하고 아버지 자격증제를 만들 필요가 있지요. 우선 결혼 전 ‘3대를 보라’고 저는 권합니다. 남녀 차보다는 각자의 성장배경이 더 중요한데 아동학대, 폭력, 폭행 등 부모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신분열증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중 3분의 1은 건강하다는 통계도 있지만 정신적 병리, 알콜중독, 외도, 폭행 등 속된 말로 콩가루 집안 출신들의 문제발생률이 상대적으로 크거든요. 그렇다고 이들과는 결혼하면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문제를 가진 사람들도 미리 상담치료를 통해 진단, 교정을 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해집니다.
▲보건복지부와 가족치료학회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혼 숙려제에 대한 생각은?
‘과연 그들이 심리치료를 받을 마음상태가 되어있을까’하는 점에서 의무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요즘들은 “성격이 안맞네, 싫어졌네, 또 경제적으로 힘드네” 등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이유의 이혼이 점점 느는데 참 문제입니다. 관계는 원래 식었다 더웠다 하는 것이고 사랑을 포함해 이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은 없다, 경제적인 것이야 어려울 때 부부중 아무나 책임져도 되는 것이라는 생각만 있어도 이혼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진 않을텐데요. 서울대병원 재직시 부모의 유학 등으로 떨어져 지낸 아이의 정신과적 문제를 치료한 적이 있지요. 이런 경우도 정신과적 문제가 생기는데, 부모이혼시 어떻겠어요. 이혼하는 부부들은 자신의 아이들의 정신과적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자녀를 태어나게 했으면 책임져야 합니다. 내팽개치는 이는 부모자격이 없는 이들이지요. 배우자로서의 책임, 부모로서의 책임을 느낄 줄 알아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혼한 다음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추적해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혼한 사람의 3분의 2가 후회하고 남자가 더 후회한다는 결과가 있긴 하지만요.
▲ 그동안 펴내신 저서는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MMPI(다면적인성검사)><사례로 읽는 임상심리학><신 사랑의 의미> 등이 있고 현재 <행복한 결혼생활, 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저술중입니다.

(인터뷰 - 이선희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