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식 7월호

어렸을 때 나는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했고, 한편으로 그 때문에 우쭐해 했다.
“나는 너랑 달라.”“ 나는 이 아이들과 달라.”
나는 늘 그런 말들을 목구멍 깊숙이 감추고 있었다. 너무 달라서 너무 외로웠고 때로는 그래서 죽고 싶었다. 그러나 사춘기의 여자아이에게 내가 다른 누구와도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 다름이 형벌이기도 했지만 그 다름이 또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나는 특별하고 그만큼 소중한 존재이기도 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춘기 시절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는 온통 세상에 다른 존재는 없는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한다. 이 세상에는 자신만이 주인공이고, 다른 주인공은 물론 조연도 없다. 책이나 영화의 주인공과는 소통이 되지만 현실의 친구는 모두 멍청하고 답답하고 유치해 보인다. 잘난 체하느라 간신히 살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엔가 깨어지는 것의 연속이다. 한번 맞고 쓰러져보면 다른 사람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신기하고 신나는 일인가. 한편으로 나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안다. 이건 입맛이 쓰다. 그래도 어딘가 한구석 다른 것, 특별한 것을 찾아내고 다시 그 특별함을 깃발 삼아 흔들며 잘난 체 해본다. 또다시 어디서 부딪친다. 거듭 부딪쳐 깨어진다. 이제 나는 정말 특별하지 않다. 특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평범하다. 그 평범함에 절망하고 한편으로 안도한다.

낯선 땅을 여행 할 때 처음에는 우리와 얼마나 다른가만 찾게 된다. 그것만 눈에 띈다. 그러나 좀 오래 체재하거나 거듭 가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 낯선 곳 또한 우리와 얼마나 닮아 있는가를 알게 된다. 우리 삶의 과정도 그 여행에서 찾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정직하게 말해서 나이 든다는 것은 하나도 재미가 없다. 더 이상 자신의 평범함에 실망할 것도 남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자신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이를 발견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이 세상이 살 만하다고 느끼게 된다.

남과 너무 달라서 외로운 친구여, 언젠가 당신은 당신과 너무 닮은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면 지금의 외로움도 특별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