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1년의 마지막 달 <편집실에서>입니다.
슬프게도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코로나’겠지만 이번만큼은 그 얘기 안 하고 마무리를 짓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와 1도 상관없는 이슈 가운데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이 뭐였을까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짜잔~ 우리에게는 아직 넓디넓은 우주가 있군요!
올해 상반기는 때아닌 우주전쟁으로 매우 뜨거웠습니다. 뭐 정말 전쟁이 벌어졌던 것은 아니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갑부들이 우주 관광 시대를 앞두고 한바탕 경쟁이 치열했거든요. 민간 우주관광 경쟁에서 일단 첫 승을 거둔 것은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었습니다. 브랜슨 회장이 설립한 민간 우주관광 기업 버진 갤럭틱은 지난 8월 11일(현지 시각) 브랜슨 회장 등 6명을 태운 우주선 'VVS 유니티'를 고도 88.5km에 도달해 잠시 멈추었고 브랜슨 회장 외에 버진 갤럭틱 임원 3명, 조종사 2명 등의 탑승객은 우주 경계선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며 신비로운 지구의 모습을 내려다봤다죠. 며칠 후(20일, 현지 시각) 세계 최고 부자로 알려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이 우주 비행에 성공하면서 우주탐사 역사상 역대 최고령, 최연소 민간 우주인을 탄생시켰습니다. 뉴 셰퍼드에는 베이조스를 포함해 동생 마크와 1961년 나사 우주비행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프로그램 중단으로 우주에 가지 못한 82세 윌리 펑크와 18세 네덜란드인 올리버 데이먼이 탑승했기 때문입니다. 우주(관광)전쟁 3인방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도 이어진 9월에 일반인 4명을 태운 우주선 스페이스X로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이 우주여행은 고도 585km에 도달했으며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넘어 160km까지 가서 우주와 지구의 모습을 관찰하고 돌아왔답니다. 시기는 조금씩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후발 주자들은 ‘더 높이 더 멀리’를 외치고 있어서 누가 승자라고 할 수 없는 게임의 양상이네요.
우주여행이 세계 부호들만의 이야기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요, 아니랍니다. 지난 10월 전남 고흥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저궤도 실용위성 발사용 로켓인 누리호가 발사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위성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누리호가 실패한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700km까지 도달했고 이 비행이 의도대로 진행됐다는 것은 실제 환경에서 주엔진 추진력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고, 누리호의 발사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아울러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미국·러시아·중국·일본·프랑스·인도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75t급 액체연료 로켓 엔진을 독자 개발한 국가에도 이름을 올렸다고도 하고요. 한 가지 더 기쁜 소식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세계 첫 초소형 인공위성 '도요샛(SNIPE)' 발사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4기의 초소형 위성으로 구성된 도요샛은 원래는 이달 러시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소유즈 발사체에 실려 발사될 계획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내년 상반기로 살짝 미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도요샛은 '큐브' 모양의 정육면체 6개를 묶어 만든 총중량 7.9㎏의 초소형 위성 4기로 이뤄진 우주날씨 관찰 위성입니다. 세계 최초로 편도 비행을 하게 될 위성이고 내년에 발사에 성공하면 고도 500㎞에서 1년간 북극과 남극 위를 통과하는 극궤도를 공전하며 과학관측 임무를 수행한다고 합니다.
들려드린 우주 이야기가 아직도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들 이야기로는 들리지 않으신다고요? 저는 이런 변화의 속도가 어느새 우리 삶 속으로 훅 들어오는 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세돌과 AI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대국을 벌인 것이 불과 5년 전 2016년이었습니다. 그땐 그렇게 안드로메다 같던 AI가 이제 우리 생활과 착붙 중인 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침저녁 출근길에서 AI가 검색한 동영상을 보며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코로나 백신접종에 대한 문의도 AI 챗봇과 나누고 있는 저와 여러분인걸요. 앞으로 5년 후 우리 인공위성이 보낸 정보통신을 휴대전화로 받고 우주 날씨 정보를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땅만 내려다보다가 지나버린 지난 1년 해와 달과 별을 바라보는 새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드리는 <편집실에서>였습니다! _KYCI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