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아이가 자퇴하고 싶어합니다.
저희 집은 남편과 나, 그리고 아들과 딸, 이렇게 4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저와 남편이 유능하거나 돈을 잘 벌어 자식들에게 풍족하게 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이고, 딸은 중학교 2학년입니다. 지금까지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남들이 보기에 별 문제 없는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한달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자꾸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짜증을 내곤 하였습니다. 처음엔 약국에서 약도 사주고 하였는데, 나중에는 학교에서 조퇴도 하고 뇌 검사도 받아봐야겠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아무래도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말 들으면 속도 상해서 몇 번 혼내곤 했습니다. 조퇴하는 횟수도 점점 많아지고 집에 돌아오면 문 잠그고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 그런다고 지껄이면 예전과는 다르게 난폭하게 화를 내더군요. 하루는 너무 답답해서 한번 속 시원히 얘기해 보자고 했더니 말도 하기 싫다고 짜증내다가 결국 학교 다니기 싫다고 얘기하더군요. 이유는 학교에 가면 미칠 것 같고 답답하고 담임선생님도 너무 싫다고요. 그래도 장래를 생각해서 참고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막 화를 내면서 죽으면 죽었지 학교는 다니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까짓 고등학교 졸업장이 뭐가 중요하냐면서 학교 때려치우고 검정고시 봐서 대학가겠다고요. 한번은 제가 학교 선생님과도 만나봤는데, 평소 학교에서 별로 친구도 없고 자주 조퇴를 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그냥 너무 아파서 그런다고만 해서 별로 말도 잘 못해봤다고 하시더군요.

애가 너무 힘들어 하고 괴로워하는 것 같아 하고 싶다는 대로 해주고는 싶지만,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잘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자퇴를 한다면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정말 이대로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이렇게 글을 띄웁니다. 좋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평소에 별 문제 없고 단란했었는데,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니, 정말 많이 놀라지고 걱정되셨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안쓰럽고, 혹시 정말로 학교를 그만두면 어떡하나,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도 앞으로 사회생활 하는데 별 지장이 없을까 고민이 많이 되시겠고요. 지금 우리 아이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아이가 왜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답답해하며 선생님을 싫어하는지, 그리고 왜 집에서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며 예전보다 난폭하게 화를 내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기 때문에 특히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그 중압감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의 경우는 학교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친구도 별로 없고 자신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문제가 생겨도 누구와 탁 터놓고 얘기할 상대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의 상황은 어떤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그토록 힘든 상황에 처할 때까지 엄마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평소에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잡혀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부모님은 부모님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지만, 아이와의 대화는 어떤 내용이고 대화의 패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머리가 아프고 학교가기 싫다고 했을 때, 혹시 화를 내지는 않으셨는지요? 물론 무척 속상하고 그래서 화가 났겠지만, 그래도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단지 감정적인 대화가 아니라, 부모자식 간에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꼭 당장 자퇴를 시키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 아이와 부모님이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시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리라 여겨집니다. 이런 과정에서 전문 상담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고, 또는 휴학이나 전학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