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생활을 하시다가 학자로 인생의 방향을 전환을 하셨는데 계기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에서 수습기자 생활을 한 후 합동통신사 외신부로 옮겨 새벽 6시에 출근하면 오전 11시에 퇴근하는 조출(早出) 근무를 하며 대학원 공부를 했어요. 71년 플브라이트 장학금을 타서 미국 텍사스대학원에 가서 교육심리학을 공부했는데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3년 안에 인턴과 박사학위까지 마쳐야 했어요. 박사논문은 ‘면접자의 언어와 행동이 상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었는데 인간적이고 호의적으로 상담해주는 장면과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상담해주는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주고 학생들의 반응을 측정하는 것이었어요. 이 결과 학생들은 인간적인 모습의 상담자쪽이 더 좋은 상담을 해 줄 것이라고 믿었고 지능까지도 높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70년대의 행동주의적 상담학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연구이지요.

▲ 30여년 동안 교수로 지내시며 내신 10여권의 저서중 특히 꼽는 것은 ?
상담학 교과서로 쓸 수 있도록 1982년 <상담심리학입문>을 냈는데 제목이 길어서 나중에는 입문이라는 말을 떼었어요. 외국 상담학 책을 번역한 것이 아닌, 내가 소화해서 한국인의 육성으로 쓴 상담학교과서이지요. 상담 사례들 하나하나 일일이 내담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쓴 한국의 사례이고 책 뒤편에는 상담심리분야에서 쓰이는 용어 등을 영어나 한자말이 아닌, 쉬운 한글로 정리해 분명한 의미를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주위에서는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첫 상담학 교과서’라고들 합니다.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는 책은 <상담면접의 기초>인데, 상담이론 과목의 교육은 있어도 실습이나 현장교육은 부족하고, 지침서나 효과적으로 지도할 교육자도 부족한 형편에서 상담자들이 상담의 기능을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익히도록 쓴 책입니다. 중국어로 번역이 되는 중이지요.

▲ 박사님께서는 탈북자 인권문제나 조선족들의 교육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계시는데 어떤 뜻이 있는지요?
서울대학교는 94년 연변대학과 학술교류를 맺었어요. 연변대학은 중국이 소수민족들의 인재 양성을 위해 세운 학교로 북한의 김일성대학과도 학술교류를 하고 있었어요. 제 선친은 일제 때 초등학교를 세워 교육을 통한 독립운동을 하셨고 제 본향은 북청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배경에다 장차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교육을 받은 많은 전문인들을 민주사회로 재사회화시켜야 하고 이런 때 사회의 혼란과 충돌을 피하려면 상담심리학자들이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94년에 연변대학에 가서 1년 동안 교환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처음 6개월은 중국어를 배웠고 나중에는 중국어로 직접 강의를 하며 학생상담소를 만들었어요. 그당시 연변은 자본주의의 물결이 흘러들어와 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 속에 잠겨있었고 부모가 돈벌러 한국에 나갔거나 이혼한 결손가정의 학생들이 3분의 1 이상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상담학 관련 책 600권을 구해다가 도서관을 꾸미는 한편 내가 귀국한 후에도 지속적인 상담교육이 되도록 조선족 학생들을 서울로 데려와 공부하게도 했지요. 그래서 서울대와 연대에서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마친 제자가 있고, 교원대에서 교육공학박사과정에 있는 제자도 있어요.

▲ 선생님은 상담을 통해 개인의 발전 뿐 아니라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꿈꾸시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상담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요?
나는 상담심리학 입문에서 상담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내담자)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상담자)과의 대면관계에서 생활과제의 해결과 사고,행동 및 감정측면의 ‘인간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학습과정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개인적인 발전뿐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을 모두 포함하는 인간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지요. 상담심리학은 인성의 변화, 정서와 갈등의 순화, 인격변화를 도모함으로써 유용한 인간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현대는 멀티미디어 시대로 사이버상에서나 오프라인에서 상담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독거노인, 장애자 등 상담을 받아야 하는 데도 시간이 없고 돈도 없어서 상담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수없이 많아요. 또한 3천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동화되지 못한 채 떠돌고 탈북청소년들 또한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왕따가 되고 있는 현실이지요. 이런 이들을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현역시절에 할 수 없었던 이런 일을 지금 하고 있는 거지요. 상담자들도 이젠 편히 앉아서 상담을 받는 자세에서 출장상담 등 적극적인 상담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요즘의 청소년 문제를 보면서 느끼시는 점과 청소년 상담자들에게 주실 말씀은?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시정해야 합니다. 어른들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자기 주도적인 학습방법을 지도하지 못했고 점수 경쟁과 단순한 대학 입시 위주 교육으로 그릇되게 내몰고 있어요. 그러니 청소년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어요. 청소년들의 변화와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미리미리 환경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