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식 3월호::::::

최근 대중매체를 통해 “초등생 성추행 후 살해”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특히 용의자는 이미 여러 차례 성추행 전과가 있으며,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 검토기간 중,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저변으로부터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성폭력범들의 재범 방지를 위한 강력한 처벌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미성년자 성추행사건에 여론과 정부가 뒤늦게 핏대를 높이는 현실을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떠오르기까지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2004)의 조사에 의하면 18.3%의 여중고생이 성폭력피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특히 가출청소년의 성폭력피해는 가출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5월 1388청소년전화를 통해 처음 만난 진영(가명, 18세)이도 그 중 한명이다.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가출한 후 주유소 아르바이트와 고시원 생활을 하던 진영이는, 주유소 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미성년자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곳은 거의 없었고, 돈은 점점 떨어져 고시원에서 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외롭고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대화 도중 한명이 ‘오빠 같은 마음으로 도와주겠다.’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니 급기야 법학도인 자신을 포함한 가족 모두 우수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요즘 어머니가 외로워하시니 자신의 집에서 막내동생 노릇을 하며 지내라고 하였다. 그 남성(20대 후반)은 새벽 4시경 사흘째 끼니를 거른 진영이를 불러내어, 따듯한 식사와, 자작시를 읽어 주며 안심시켰다. 그 후 택시를 타고 남성의 집으로 향하던 중 시간이 일러 잠시 쉬었다 가자며 모텔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진영이는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울며 사후피임약을 사달라고 요구하자 ‘돈 많은 다른 사람을 만나’라며 차비조로 이천원을 주었다.

진영이는 울며 고시원으로 돌아왔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인은 114를 통해 1388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단순 가출로 생각하고 진영이를 만나 상담 하던 중 당일새벽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샤워를 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산부인과로 가 정액을 채취?보관하고, 사건장소로 이동하여 증거사진 확보와 진술서 작성 후, 관할 경찰서에 사건접수를 하였다. 상담 후 진영이는 귀가를 원하여 가족상담을 통해 집으로 돌아갔고, 그 후 연락이 조금씩 뜸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성폭력 피해사실이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귀가 후 사건을 진행는 것은 청소년과 상담자에게 쉽지 않은 선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진영이는 용기를 내어 사건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두 번에 걸친 경찰조사와 검찰의 녹화진술에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힘겹게 진술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번 울기도 하였다. 한편 가해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특히 조사과정에서 가해자의 부모로부터 합의제안 전화를 받기도 하였다. 급기야 가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재판을 진행하였고, 어렵게 녹화진술까지 마친 진영이는 가해자 측 변호사의 요구로, 상담자 또한 검찰 측 요구로 재판에 참석하게 되었다. 사건접수 후 6개월 만에 판결공판이 있었으며, 가해자는 징역3년을 선고받았다. 진영이에게 지난 6개월은 분명 6년보다 길었을 것이다. 현재 진영이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지내고 있지만 가끔 가해자가 꿈에 나타나는 악몽을 꾼다고 하여, 신경정신과 진료를 권할 예정으로, 성폭력 피해의 후유증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여 더욱 세심한 배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1388청소년 전화로 긴급구조 되어 자활을 위해 노력하는 진영이를 보며, 또 다른 진영이가 이 시간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1388청소년전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