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치료학회를 창설,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소암 이동식박사를 만났다. 1953년 심인성 두통환자에게 서양식의 정신분석 치료법을 첫 적용해, 치료한 이박사는 국내에 역동정신의학 정신치료 면접기술 실존정신의학 등을 소개한 1세대 임상가이자 현대 정신치료 영역에 道 思想을 도입, '道 精神治療'(2002년 8월 일본 요꼬하마 - 제12회 세계정신의학회)로서 동서양 정신치료법의 융
 
합에 앞장서 온 개척자이다. 65년부터 숭산, 월운, 경봉, 운허, 탄허, 지관 등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 선사나 임창순, 류승국, 김충렬 선생 등 한학자들과 교분을 갖고 불교, 유교, 노장사상 등을 연구함으로써 후학들에게 溫故以知新의 지혜를 보이고 있다.
 
 
3 1 만세운동 2년 뒤인 1921년 부농의 장손으로 태어난 나는 사랑과 존중을 받고 자랐으며 우리의 전통적 가치로 전해져 온 道的인 품성이 심성에 자리잡아 방해 받지 않고 키워질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 어릴 적부터 가까운 친지가 잦은 격정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인생의 행　불행은 감정 조절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람들을 이해하려 했으며, 나쁜 사람도 그렇게 된 원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는 "인생을 환히 안다, 중 같다"는 말들을 했다. 대구의전 시절에는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등의 철학서를 많이 접했고 특히 쾰레의 '일상생활에서의 최면'을 읽으며 정신 치료에 관심을 키웠다. 42년에 경성제대 의학부 신경의학교실에 입국하면서 신경정신과에 전념하게 되었다. 당시 경성제대 정신과에는 한국인 교수가 한사람도 없어 독학으로 히스테리환자에게 최면을 걸어 최면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관찰하고 심신관계에 대한 통찰을 얻어 환자의 내면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광복이후 의학계에도 식민지배로 인한 후유증으로 민족적 열등감에 젖어 우리 것을 무시하고 서양 것을 모방하려는 기운이 강했다. 이때 나는 우리에게는 수천년의 역사가 있는데 그 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우리의 전통문화를 서양의 과학적 용어로 번역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고, 주위에서 미국유학을 권했다. 54년 7월 도미해 뉴욕의 벨뷰병원 정신의학 전공의로 근무했고 56년에는 윌리엄 알란슨 화이트정신분석연구소에서 일반학생으로 수강하며 6개월 동안 정신분석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환자가 많아서 다양하게 정신치료를 해볼 수 있었고 서양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공부하면서도 늘 미흡함을 느꼈다. 귀국해서 수도의대, 경북의대 교수, 서울대 학생생활지도연구소 자문(1962), 연대 임상교수(66년)등을 지냈으며, 그 당시 동국대 조명기 총장에게 부탁을 해서 불교 유교 도교 공부를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정신치료는 치료라는 생각을 안해서 한 시간을 상담해도 환자는 정작 "진찰 안 해 주십니까?" 했다. 그래서 청진기로 진찰을 하거나 반사실험을 해야 했다. 내가 처음으로 상담을 하고서 돈을 받기 시작했는데 당시의 50분 상담비가 200환이었다.
 
 

내가 공부한 일제때에는 독일학문의 영향으로 정신병이나 노이로제를 유전등 기질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58년 전문 연구모임에 가 발표 내용을 들어보니까 환자의 이야기가 아닌, 발표하는 사람의 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몇차례 지적을 하니까 이 모임은 중단되었다. 우리의 동의보감에는 침이나 약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하의이고 명의는 근본적으로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다. 서양의 정신치료는 부정적인 문제의 해결, 이론,기술,언어적인 교통에 치중해 있다. 나는 상담은 '공감적인 응답'이라고 생각한다. 즉 치료자는 환자가 자기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담자는 도를 닦듯 자기마음부터 정화해야한다. 치료는 자비심, 인으로 가능하며 이러한 치료자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치료자의 수도가 필수적이다. 현존재분석의 거두인 M. BOSS는 정신치료의 견지에서 본다면 "서양의 최고 수준의 정신분석도 동양의 도의 입문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최근 서양 정신분석의 동향은 동양의 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당시 12번의 면담으로 정신치료에 성공했다. 치료자는 환자가 왜 그런 증세를 보이는지 내면을 알아보고 환자의 느낌을 공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 정신치료는 환자의 내면을 지배하는 핵심감정의 이해와 이에 대한 공감적 응답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런데 치료자들이 자신의 문제에 걸려서 잘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자 자신부터 건강해야 한다.
 
 
상담의 틀이 잘 형성이 되지 않고 부실한 것 같은데, 그 이유는 국가의식, 문화의식 등 기반이 취약한 탓이다. 전통을 모르는 것은 사람에 비유하면 퍼스낼리티가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퍼스낼리티는 문화에서 형성되며 문화는 전통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기에, 전통을 모르는 사람이 정신적인 주체성이 약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국가나 개인이나 사상적으로, 문화적으로 자신의 전통을 모르기에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따라서 상담자들이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갖추고 접근할수 있게 유길준의 '서유견문기'를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사상이나 철학이 빈약한 속에 어머니들이 잘 해준다고 간섭해서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한국청소년상담원과 같은 곳에서 부모역할의 사례를 꾸준히 연구하고 부모교육과 교사교육을 더욱 대대적으로 시켜나가야 한다.
 
인터뷰 -장재홍 상담개발실장 유정이 성인연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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