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상담소식 5월

가정의 달, 글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해보았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받은 아버지는 얼마나 행복할까.

아버지 얼굴을 뵌 지가 꽤 오래 되었네요. 저녁 자율학습과 이른 아침 0교시 수업으로 제가 늘 가출 상태에 있고 아버지 역시 집 안팎 일로 늘 바쁘시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주말에도 식구들이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께서는 일요일이 따로 없고, 저나 누나는 주말이면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는 구실로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인터넷에 빠져들거나 나름의 시간 보내기에 바빠서지요.

그런대로 우리 가정이 중심을 잃지 않고 지탱되는 것은 어머니의 가족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 우리는 가끔 어머니의 그 헌신적 자식 사랑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때로 맹목적이라고 느껴질 때 우리는 그 사랑에 감복하면서도 그것이 우리를 옭아매는 구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렇습니다. 물론 어머니의 말씀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를 잘 키우기 위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것이 가끔 잔소리로 들릴 때가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어머니가 지닌 잣대만으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재어 규제하고 그것에 맞추려할 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 자식들이 부모님과의 대화를 되도록 피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생각과 주장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럴 때 저는 언젠가 아버지께서 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대화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같은 조건에서, 같은 분량의 말을 할 때 가능하다고 하시던 말씀이지요. 인격과 인격의 만남에서만 바람직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참을성이 좋은 대화의 비결이란 말씀도 하셨지요.
즉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그 스스로 자기 말을 멈추면서 이쪽의 말을 듣고 싶어 할 때가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때에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늦지 않다는 말씀이었지요.

아버지는 대화의 그 원칙을 잘 지키던 분이셨습니다. 아버지 주위에 사람들이 많고 하시는 사업이 잘 되는 것도 아버지가 남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는 그 대화의 에티켓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좋아하기는 쉬워도 존경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러나 저는 제 친구들에게 늘 <나는 우리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내놓고 말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던 아버지의 그 눈길 속에서 아들 이해의 참 사랑을 읽었기 때문이지요.

아버지, 우리 가족 모두가 아버지 중심으로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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