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상담소식 5월

개인이 가진 심리적 불편감이나 정신병리를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전통적인 심리치료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1950년대부터 가족을 단위로 하여 가족체계의 변화를 시도하는 가족치료가 발달하게 되었다. 초기 가족치료자들은 가족의 상호작용 패턴이나 역기능적인 가족 구조에 관심을 가졌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화나 계층이 다른 내담자나 가족에 대한 논의가 가족치료의 새로운 영역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치료자들은 사회적 배경이 다른 내담자를 접할 때, 문화의 차이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경제 상황이나 사회계층 등 사회적 입장의 차이를 생각하고 그것이 치료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고찰하는 등 내담자에게 적합한 이론 모델을 선택하여 적용하려는 변화가 나타났는데, 이는 사회구성주의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구성주의는 지금까지 내려온 사회조직에 대한 보편적이고 규범적인 이해를 부정하고, 대화를 통해 의미와 사회체계가 창조되고 유지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가족이 현실을 어떻게 지각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다르게 존재하므로, 같은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이야기함으로써 더 이상 문제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문제의 해결에 오히려 관심을 갖게 된다. 그 핵심은 현실이란 언어 체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매우 가변적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사회구성주의 가족치료접근은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던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고, 더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가도록 내담자를 돕는 치료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같은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더 이상 문제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문제의 원인제공자로서 죄책감이나 방어에 몰두하던 가족들은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회구성주의 가족치료자는 치료자들이 내담자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을 내담자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보다 더 높은 위치에 두는 전통적인 치료자 - 내담자의 위계질서에 대한 생각을 거부하고, 전문가적 태도를 벗어나서 협력적인 관계를 갖는 것을 중요시한다. 즉, 상담자는 내담자를 자기 자신의 문제에 관하여는 누구보다 전문가이고,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 가치는 치료자의 것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가치를 부여하고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에서 치료자는 치료의 어떤 본질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치료를 내담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화의 산물이라고 본다. 그리고 대화를 통하여 내담자를 이해해 가는 동안 '알지 못한다(not knowing position)'는 자세를 가짐으로써 내담자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경청하며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끊임없이 배우는 입장이 된다. 이러한 사회구성주의의 영향을 받은 가족치료 모델의 하나가 해결중심의 가족치료이다.

해결중심 단기가족치료 모델은 다른 단기치료모델들과 마찬가지로 내담자의 목표에 초점을 두고, 치료회기 동안의 영향을 내담자의 실제 생활에 확대하기 위해 과제를 활용한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내담자의 예외적인 해결에 중점을 두고, 가족이 원하는 해결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 치료를 진행시키며, 치료를 통해 가족이 기대하는 미래가 어떤 것인가를 분명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 치료접근의 장점 중의 하나는 문제라는 현실을 내담자들이 지나치게 버겁고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함으로써 재빨리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해결의 힘을 북돋아준다. 해결중심 단기 가족치료는 1980년에 일어난 미국 정신보건 분야의 단기간 치료와 치료비용 절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많은 가족치료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임상전문가들에게도 크게 환영받았다.

해결중심의 가족치료 모델은 문제해결 과정에 가족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개입하는 치료적 대화를 면담이라고 본다. 그리고 치료적 질문 혹은 대화적 질문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자가 전문성을 발휘할 때 중요한 도구가 된다. 이러한 질문은 항상 지금 말해진 것을 보다 더 잘 알고 싶다는 욕구에서 생겨나며, 이 과정에서 치료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게 된다. 개인이나 가족은 치료자의 질문을 통해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내고,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경험을 근거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치료과정에서 성취하고 있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치료자와 가족이 해결방안을 구축해 나가는데 관심을 두는 해결중심의 가족치료는 치료과정에서 문제해결방안을 구축하는데 유용한 질문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왔다.
문제가 발생할 때보다는 발생하지 않을 때 무엇이 일어났었는지에 관심을 두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을 찾아냄으로써 내담자의 성공적인 경험과 강점을 발견하는 예외 질문이나, 문제가 해결된 미래의 상태를 유치하리만큼 구체적인 행동적 그림을 그리게 하여 현 시점의 문제에서 미래로 뛰어넘게 할 뿐만 아니라 해결하기 원하는 것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계획하도록 도와주는 기적 질문, 그리고 변화에 대한 동기를 강화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탐색하기 위한 척도질문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치료자는 문제를 경청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미래를 향해 가고자 하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 북미,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도 해결중심치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해결중심치료가 특정한 사회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해온 인간행동에 관한 이론과 평가를 위한 이론적 틀을 사용하기보다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 사회계층, 성적 차별, 다양한 가족구조 등을 수용하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치료자는 상담 장면에서 여러 모로 자신과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내담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칫 자신의 가치체계나 틀에 맞추어 내담자를 본다든지 혹은 내담자의 자원이나 미래보다는 그의 문제와 과거에 매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런 연유로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개인의 강점을 놓치지 않는 것은 치료자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각성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해결중심의 치료가 관심을 끌며, 상담자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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