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상담소식 2월호

이번 겨울 시즌 한국영화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역시 섹스 코미디의 흥행돌풍을 빼놓을 수없다. 몽정기가 전국 2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색즉시공도 400만명을 돌파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아메리칸 파이류의 섹스 코미디 영화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전까지 한국영화에서 성이라면 대부분 어둡고 일탈적이며, 웬지 끈적한 느낌으로 묘사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애마부인류의 영화는 물론이고, 김기덕 감독 등 이른바 작가주의 감독들의 작품에서도 성에 대한 묘사는 앞에서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몽정기색즉시공은 이런 점에서 한국영화 속 성묘사를 확 바꿔놓은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얼마전 대학생 관객들과 두 영화를 놓고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 20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도 바로 음침하게만 여겨졌던 성을 두 영화가 일상의 밝은 공간으로 끌어냈다는 점이었다. 누구나 머릿속에서는 야한 생각을 하며, 섹스를 하고 산다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비로소 한국영화 속에서 보여지게 된 셈이다.
물론 두 편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성은 매우 과장돼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몽정기색즉시공같은 섹스코미디에 우리나라
관객들이 열렬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곧 우리 사회

젊은이(관객의 대다수는 10대 말부터 30대 초반)들의 성관념이 매우 개방화됐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색즉시공 시사회 때 남자대학생들이 자위행위를 하며 우스꽝스런 해프닝을 벌이는 장면, 술에 취한 소심한 남자대학생을 여관으로 꼬시는 장면 등에서 여자관객들이 더 크게 웃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몽정기는 중학생들의 성적 성장과정을 소재로 한 영화다. 시대배경은 80년대. 주인공인 동현을 비롯한 중학교 2학년 동급생 친구들의 머릿속은 온통 여자와 섹스에 대한 생각뿐이다. 심지어 여자성기를 가리키는 순우리말 두글자가 들어간 문장을 듣기만 하면 무조건 온몸을 배배꼬며 어쩔줄 몰라하는 친구도 있다. 이들은 때마침 섹시한 여자교생이 부임해오자, 교생의 치맛속을 제일 먼저 보기 등 온갖 기기묘묘한 경쟁을 벌이는 한편 사랑이란 감정을 배워나가게 된다. 몽정기 이전까지 한국영화에서 중학생이 성적 욕구를 가진 존재로 솔직하게 그려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몽정기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나 중학교 교사들이 볼 필요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색즉시공은 대학생들의 좌충우돌 성생활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물론 영화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성생활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보여준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자주인공 등의 모습을 통해 책임있는 섹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 등 새겨둬야할 부분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