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에는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의 1년이 되는 기일이 있었다. 언론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태어난 지 16개월 된 정인이에 대해 어린이집 원장과 소아과 의사 등이 세 차례나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했지만 끝내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얼마 전 정인이 사망 1주기를 맞아 한 언론에서는 2013~2020년 아동학대가 신고 되고도 죽은 아이들을 전수조사한 기사를 발표했다. 놀랍게도 ‘적어도 20명’이었다. “소보로빵을 흘리며 먹는다”는 이유로 아빠에게 맞아 숨진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숨지기 1년 5개월 전에 의사가 신고했었다고 한다. 여러 개의 멍, 부모의 의료 방임 등 의사는 학대를 의심했다. 하지만 조사를 나온 이들은 “친모의 양육 의지가 있다”며 일주일 입원 뒤 아이를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뒤 501일 만에 사망했다. 만 5살에 첫 신고가 된 뒤 7년간 구타당하다가 12살이 된 해야 숨진 아이도 있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기록지에는 ‘아동이 친모에 대한 애착이 강해 분리 보호를 원치 않음’이라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두 차례 신고 되었지만 아이는 가해자와 분리되지 않았고 그렇게 사례는 종결되었다. 기사는 “가해자의 양육 의지는 학대 신고보다 힘이 세다”고 표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아동 재학대(최근 5년 사이에 신고돼 아동학대로 판단된 적이 있던 사례가 다시 신고 접수돼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인이처럼 신고된 뒤 재학대가 확인된 아이가 2020년 기준 2,800명가량 된다고 한다. 정인 사망사건 이후 아동학대 진상조사 특별법이 국회의원 139명 명의로 공동 발의되었으나 심의조차 되지 않은 채 국회에 머물러 있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던 넬슨 만델라의 말에 따른다면 우리 사회의 영혼은 어떤 모습일지 겁이 날 지경이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알고 싶다면 그가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된다. 자기보다 약한 어린아이, 어떤 경우는 여성이나 장애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보다 약자인 부하직원, 서비스 노동자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좀 더 꼼꼼히 봐야 하는 이유다. 경비아저씨를 대하는 자세만 봐도 딱 답이 나오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때에 따라서는 동물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마주칠 수 있는 동물들은 웬만하면 다 인간보다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돌려 생각해보면 우리가 나보다 약한 대상에게 취하는 태도를 달리함으로써 우리의 인간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주변의 나보다 약한 존재를 존중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한 번쯤 실천해 볼 수 있는 정언명령인 셈이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그래도 내가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작은 만족을 얻을 때 우리 삶이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_KYC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