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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어른들은 몰라요. 그렇지만 열심히 배워볼게요.

이번 호에서는 청소년 상담 관련 분야에 계시는 분들이나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 혹은 부모님, 보호자분들께 꼭 한번 보시라고 요청 드리고 싶은 영화 두 편(혹은 세 편)을 소개해드린다. (워낙 위기청소년 관련 하이퍼리얼리즘 영화로 잘 알려져 청소년 문제에 관심 많은 분들이라면 이미 보셨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못 보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두 번 보시는 쪽이 백배는 나을 것 같아 추천 올리는 마음입니다.)
첫 번째 영화는 <박화영>(2018, 이환 감독)이다.


<박화영>(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가정밖청소년 화영은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다. 혼자 산다고 하기엔 애매한 것이 화영의 집에는 매일 같이 친구들이 모여 라면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살다시피 한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대사는 “*발”이고 가장 많이 나오는 소품은 담배다. (이 밖에도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영화적 소품이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독자들의 비위를 지키기 위해 언급하지 않는 편집자의 충정을 독자님들께서 좀 알아주시길.) 화영은 스스로를 ‘엄마’라고 칭하며 친구들이 와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도록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와 빨래를 한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화영이 친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려는 말이지만 정작 친구들은 필요할 때만 화영을 찾을 뿐 결정적 순간에는 화영을 버린다. 영화는 가출, 술, 담배, 폭력, 성관계와 임신 등 위기청소년에 관련된 모든 키워드가 녹아 있는 탓에 보는 내내 너무나 불편하지만, 이 불편한 상황이 진짜 현실이다. 많은 어른들이 외면하고 싶은 현실. 영화는 영화인지 다큐인지 헷갈릴 정도다. 마지막까지 아무도 화영 편에 서주지 않고 스스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를 외치는 화영은 그렇게라도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이 위태위태하다.


자신의 모든 걸 내주는 화영이 친구들의 호구가 되어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게 너무 안타깝고 화난다면, 뭐 저런 것들이 친구냐 싶다면, 이제 그 못돼먹고 약한 사람 이용이나 하는 친구의 현실을 보자. 1.5번째 추천 영화는 <박화영>의 시즌2와 같은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2020, 이환 감독)이다.


<어른들은 몰라요>(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의 영화로 떠오른 <어른들은 몰라요>는 같은 감독의 또 다른 가출청소년 영화이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화영의 집에 기거했었으나 화영의 말을 무시하고 친구의 남친을 뺐다가 그룹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세진의 임신 이후의 삶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박화영>에서 악(惡)으로 그려진 세진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폭력, 탐욕 때문에 존재가 희미해지는 또 다른 청소년이다. 세진은 화영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붙든다. 배 속의 아이를 지우기 위해 돈이 필요한 세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 나쁜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려 한다. 세진이 더 어린 동생에게 딱 두 번 진심을 보이며 말한다. 한번은 “너 이제 열네 살인가? 다 컸네, 어른이네.”하고 말하는 장면이다. 중학교 1,2학년밖에 안될 나이의 동생이지만 세진은 다 컸다고 한다. 가출에서 임신까지 온갖 험한 일을 다 겪고 있는 지금 세진도 겨우 열여덟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어리다고 도와주지 않는다. 다른 한 번은 “힘들어? 앞으론 더 힘들어.”라고 말하는 장면. 알지도 못하면서 입에 발린 소리나 하는 어른들보다 어쩌면 세진은 삶의 진실을 더 정확히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영화는 <낫아웃>(2021, 이정곤 감독)이다.


<낫아웃>(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고3인 광호는 고교야구부 선수이다. 고교리그 결승전에서 마지막 끝내기 안타를 쳐서 학교를 우승팀으로 이끌기도 할 만큼 나름 잘 치는 타자다. 그래서 프로구단에서 신인선수를 지명하는 제도인 드래프트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선수 계약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으로 결국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서의 기회도 잃고 대학에 진학할 기회도 위태로운 낙동강 오리알 같은 신세가 된다.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다가 뭔가 일이 꼬이면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다가, 제 뜻을 따라주지 않는다고 패악질을 하다가 자기는 어떡해야하냐고 질질 짜다가 쉽게 범법을 저지르기도 하다가 막상 위기 순간이 되면 잘못했다고 울며 빈다. 너는 도대체 아이냐 어른이냐, 한 가지만 하라고? 하지만 그러는 어른들은 어떠신가? 어른들은 꿈을 잃지 말고 믿고 나가라고 한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하면 건방지다고 한다. 공정하지 못한 행동을 비난하고 나무란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어른들은 공정한 적이 없다. 어른들도 못 하는 것을 왜 아이들이 못한다고 힐난하는가? 야구선수로서의 꿈은 점차 멀어져가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나쁜 길로 빠져드는 같은 광호의 위태한 상황을 보면서 결국 광호도 앞서 봤던 화영이나 세진처럼 되는 게 아닌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이 세 번째 영화의 제목은 ‘박화영’ 이름 세 글자로 모든 상황이 종결되어버리는 압도적 서사도 아니고 ‘어른들은 모른다’라며 단호한 철벽을 쳐버리는 외침도 아닌 ‘낫 아웃’, 즉 아웃이 아니라는 심판의 판정콜이다. 조금은 다른 엔딩을 기대할 여지를 열어둔다.

청소년계 종사자라면, 특히 위기청소년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독자라면 이 영화들을 익히 알고는 있었으나 차마 보지 못했던 분들이 많으셨을 것 같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보는 빨간약을 삼키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바로 청소년 곁을 지키는 우리일 것이다.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애들이 어쩜 저렇게 욕을 입에 달고 사냐?’ 하며 불편해했다. 친구야, 애들은 원래 늘 욕을 입에 달고 살아. 네 앞에서만, 어른 앞에서만 안 그런 척할 뿐이야. 정말 어른들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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