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아버지의 폭력이 두려워요.

저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저는 우리 집이 무척 행복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지옥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 때문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자상하게 대해주실 때도 있지만 조그마한 일에도 자주 소리를 지르시고 야단치십니다.

그리고 언니와 제가 조그마한 말다툼만 해도 우리들을 벌 세우고 때로는 심하게 때리십니다. 한 번은 언니에게 꼬박꼬박 '언니'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야단치시는 말씀에 언니가 나에게도 함부로 대한 적이 많다고 말씀드리려는 뜻에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요"라고 이야기했더니 아버지는 거의 이성을 잃으시고 입던 와이셔츠를 벗어 찢고 저를 죽일 듯이 때리시는 겁니다.

이걸 보고 엄마와 언니는 아버지를 말렸지만, 아버지는 거의 숨이 넘어갈 듯 저를 때리시고 "저것이 나를 무시한다"고 하시면서 저를 굉장히 심하게 많이 때렸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많이 맞으면서 자랐습니다. 물론 우리 집 형제들이 다 많이 맞았습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고함조차 너무 지겹고 고통스럽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때리시고 난 후에는 미안하다는 듯이 제가 아버지 곁에 다가서 주길 바라시는 겁니다. 그러면 엄마도 아버지로부터 아무리 많이 맞았더라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선지 우리들보고 아버지 곁에 가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런 집이 정말 싫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버지께서 자상하시다가도 가끔 작은 일에 흥분하시고 소리를 지르시고 때로는 구타까지 하신다니 무척 불안하고 두려웠을 것 같아요. 아버지의 고함만 들어도 가슴 졸이고, 뭔가 잘못한 것 같아서 불안하고, 놀라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혼자서 고민하지 않고 상담을 요청한 것은 정말 대단히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생각해요.

**님께서 일반적으로 가정에 대해서 가지는 이미지와 지금 **님의 가정의 이미지를 비교해본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가정은 행복하고 서로가 지지해주고 따뜻한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거에요. 그런데 현재 **님이 그리는 가정의 이미지는 무척 어둡고 힘든 가정의 이미지를 그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버지께서 작은 일에 고함치고 야단치고 또 때로는 자상하게 대하는 모습을 대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중적인 이미지를 가졌을지도 모르겠군요.

따뜻한 아버지와 차가운 아버지의 두 모습을 대하면서 때로는 아버지가 무척 좋고 가깝게 느껴지면서 때로는 너무나 무섭고 순간순간 놀라게 하시는 아버지에 대해 분노의 감정이 치솟아 오르지 않을가, 생각해요. 그런 가운데 엄마는 **님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의 정화보다는 그런 행동 뒤에 혼자 떨어져 계시는 아버지께 가까이 가라고 독촉하고 상처 난 마음에 위로보다는 딸로서,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원하시니 이중적으로 힘이 드셨을 거에요.

**님이 쓴 글을 보면 작은 말 한마디로 굉장한 사건이 벌어진 것 같아요. 이 일을 당한 본인은 당황할 뿐 아니라 무척 놀라고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을 겁니다. 아버지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또 내가 무얼 그렇게 잘못 말했는지 마음속에 많은 혼란을 느끼며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님이 한 말에 대해 흥분하신 이유를 생각해볼 때 아버지께서는 매사에 굉장히 완벽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요"란 말에서 윗물은 부모 즉 아버지 자신을 뜻하는 걸로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보였길래 제가 저런 식으로 말대꾸를 하는가 하는 생각으로 순간 몹시 화가 나신 것 같아요. 이를 화난 어조로 말씀이라도 하시면 괜찮을 텐데 공포심을 주는 행동으로까지 옮겨가는 것이 무척 이 가정에 어두움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 같아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굉장히 강하신 분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마음 여리고 감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으로 보여져요. 그러므로 아버지에 대한 이해의 마음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님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메시지들로 인해 감정이 많이 억눌려 있을 것 같아요. 가령 아버지께서 때리실 때 그 상황에서나 아니면 이후에 아버지와 대면할 기회가 생겼을 때 "제가 말한 윗물은 아버지를 뜻하는 게 아니라 언니와 저와의 관계에서 언니가 저에게 무심코 행동하는 섭섭한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라고 자신의 의사를 직접적인 말로서 어려우면 짧은 편지를 이용해서라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응어리진 아버지에 대한 상처 난 감정은 개인 상담을 통해서 계속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아버지의 행동이 바뀌시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수가 있지만 그럴 가능성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님의 마음을 열어 개인 상담이나 집단 상담을 해보시길 권유합니다. **님의 마음이 안정된 후 진지하게 아버지와 대화를 시작해본다면, 분명 더 나은 가정이 되실 수 있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