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타자인 무의식에로

라깡은 인간현실의 본질은 세 개의 계系인 상징계, 영상계, 실재계로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상징계는 라깡 이론의 중심축이며 인간주체가 속한 곳이다. 상상계는 환상과 이미지의 영역으로 자아가 존재하는 심급이다. 실재계는 표현불가능의 영역, 말로는 나타낼 수 없는 것의 영역이다.
라깡은 이 세 계系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프로이드의 무의식에로의 회귀를 주장한다. 라깡은 주체의 진실은 에고에서 발견되지 않고 에고의 검열이 감소될 때 발견되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라깡은 데카르트의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 도전한다. 이것은 사고와 의식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인간존재를 에고와 동일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깡은 데카르트의 명제를 뒤집어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제는 현상에 있는 인간존재 너머에 어떤 장소가 있음을 함의하고 있다. 이곳은 인간의 사유가 절대로 미치지 않는 곳이며, 언제나 이미 거기에 있는 곳으로, 라깡식의 무의식의 영역이다. 라깡에게 무의식은 원시적인, 어두운 또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라깡의 무의식은 드러나지 않는 영역에 제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주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무한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하여 라깡은 이것을 큰 타자(Others)로 명명한다. 여기에서의 큰 타자란 프로이드의 외디푸스 콤플렉스에서의 아버지인 원초적 큰 타자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절대적 금지를 상정해놓는 법이며, 상징적 아버지이며, 언어와 문화의 보관소로 정의될 수 있다. 인간의 주체는 이 큰 타자에 의해 길들여지므로 분석의 방향은 무의식의 언어화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깡은 분석자는 큰 타자와 동일해선 안 되며 단지 피분석자가 피분석자 자신의 큰 타자와 만나는 것을 격려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기술한다. 신화를 분석하면서 라깡은 윤리학에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이 작업이 그의 이론 발전의 최종점이 된다.

외디푸스의 아들이면서 안티고네의 남형제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니세스는 전쟁터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였다. 에테오클레스는 국가인 테베 편에서 싸웠으며 폴리니세스는 이 국가를 공격했다. 테베의 통치자이자 요카스타의 오빠인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의 시체에 대해서는 경의에 찬 장례의식을 치르지만, 폴리니세스의 시체는 들개와 새에 쪼아먹히게 내버려 두도록 엄명한다. 의도적으로 명령을 거역한 안티고네는 폴리니세스를 위해 적절한 장례의식을 치룬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충분히 책임을 지고 형벌을 받는다. 크레온은 자신으로 인해 그녀가 죽었다는 말을 듣지 않을 정도만큼의 양의 음식을 주고, 그녀를 동굴 속에 가둘 것을 언도한다 . 안티고네는 죽음을 선택하여 스스로 목을 매단다. 그 결과 안테고네의 약혼자인 크레온의 아들 하에몬 역시 자살하고 크레온의 아내인 에우리디케도 자살한다. 신보다 더 강하다고 자신과 국가를 선언하였던 크레온은 모든 것을 잃고 만다.

크레온은 우리에게 에고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대표한다. 그는 자기권위에 대한 도전, 특히 여자로부터 받는 도전을 참을 수 없다. 반면, 안티고네의 행동은 윤리적이다. 그녀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욕망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행동은 공평무사하다. 그녀는 행복을 위해 자기에고를 주장하는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일을 주저하지 않고 할 뿐이었다. 안티고네는 윤리적 행위의 원칙을 상징한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행동하며 그 욕망은 곧 큰 타자의 욕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