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 ‘얼짱, 몸짱 보다 공부짱이 부러워’하는 일부 학생들과 부모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또 다른 병폐의 하나인 학력지상주의자의 합리화이겠지만, 우리에게 얼굴이나 몸 외에 무언가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인식의 하나로 받아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방영되었든 주말연속극 ‘소문난 칠공주’에서 미칠이는 뭇 남성을 뇌살 시킬 듯한 뛰어난 얼짱 몸짱으로 여러 남성을 울린 후, 자기가 찍은 사람과 결혼하지만, 지독한 자존심과 남은 생각해주지 않는 이기적, 직설적인 ‘못된’ 성격은 그녀를 아내로서는 부적격자로 만들고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하게 됩니다. 물론 나중에 개과천선하고 해피 앤딩!
지금 시중에는 재미있고 교훈적인 로맨틱 코메디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거대비만의 한나(김아중 역)는 뛰어난 가창력을 가졌지만 얼짱 몸짱인, 그러나 노래 못 부르는 아미의 입을 대신해 무대 밖에서 노래를 부르는 신세입니다. 외모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던 상준(주진모 역)에게서 상처받고 나서, 한나는 온몸의 성형을 감행하여 원하던 완벽한 몸매를 갖게 됩니다. 자신의 과거와 신분을 숨기려고 교포 제니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서려하나, 자신의 정체와 친구와 아버지를 부정하는 제니는 상품적 가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타디움을 꽉 메운 청중 앞에서 고백합니다. 청중은 ‘괜찮아, 괜찮아’ 합창으로 한나의 용기와 정체성의 회복을 축하합니다. 저도 가슴이 뭉클하고 어느새 눈물을 흘렸습니다. 상당히 감동적이었지요.

예로부터 ‘미녀는 박복하다’, ‘얼굴만 예쁘면 뭐하냐’ 등의 생활지혜가 있었고, ‘얼굴값도 못 한다’ ‘꼴값 하네’ 등, 얼짱 몸짱을 비하하는 말도 있습니다. 노예나 여성의 ‘몸값’을 흥정하는 것으로 보아 미모와 몸매는 상품화의 대상이 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고운 마음’, ‘어진 마음’, ‘넓은 마음’, ‘깊은 속마음’은, 값을 매길 수 없고 그런 말들을 들을 때 마다 우리 마음이 푸근해지고 즐거워집니다. 남의 마음을 알고 배려하는 마음은 사회성의 근간입니다 대인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 사람의 됨됨이와 사람다움, 인간성이 아니겠습니까. 얼굴도 몸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얼굴이나 몸이 선한 마음씨를 들어낼 때 더 빛을 발하게 되지요. 마음이 빈약하고 자신이 없는 사람이 외모에 집착하게 마련입니다. 우리 문화의 인격론은 근본적으로 심신(心身)통합체로서의 인간을 강조합니다. 저는 올해부터 “맘짱”(마음+짱)이란 말이 여러분 사이에 유행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년말 저는 우리가 흔히 쓰는, 누구나 좋아하는 우리 말 “아름답다”의 어원과 의미를 알고 무척 놀랐고 즐거웠습니다. “아름답다”하면 영어의 ‘beautiful’이 떠오르고, 같은 의미의 우리 말 형용사려니 하였는데, 알고 보니 아름답다는 말은 그이상의 심오하고 철학적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름이란 순수 우리나라 말로 ‘개개인 사람’을 지칭하며, ‘본래적 자기’, ‘진정한 자아’(眞我, real self)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름답다는 말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본래 사람으로서의 모습과 진정한 자아다워진다, 닮아간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서양 심리학자들이 강조하는 자아실현(self realization)이나 자아정체성(ego identity)의 수립이란 개념이 오래전부터 아름답다는 우리 말속에 담겨있는 것입니다

청소년 여러분! 새해엔 모두 맘짱(마음+짱)이 되십시오. 그리고 더욱 아름다워지십시오.
우리는 여러분을 믿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