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평소보다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 친구…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평상시 말수가 적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라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렇게 친구를 지켜보기를 몇일, 등굣길에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당황해하며 급하게 발걸음을 옮겨버리는 뒷모습이 무언가 허전해 보였다. 생각해보니 다소 조용했을 뿐이지 늘 같이 다니는 친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혼자였다. 요즘 보였던 우울한 얼굴도 그것 때문이었나 싶어 교실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보았다. “특별히 시험기간도 아닌데 평소보다 좀 걱정이 많은 얼굴이네? 요즘 계속 우울해 보였는데 무슨 일 있는 거야?” 솔직히 평소에도 지켜보기만 하고 말을 걸지 않았던 터라 나의 대화시도는 상당히 놀라운 일인 듯 보였다.

또래 상담에 대해 배우면서 선생님께서 늘 일러주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주위에 친한 친구도 있고, 그렇지 못하고 그저 알기만 하고 지내는 사이인 친구들도 있겠지만 많은 관
 
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가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또래상담자라고.
또래상담자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정말 친구들의 문제를 단순히 상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걸 그 순간 깨달았다. 평소 같은 반 친구들의 세심한 변화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살피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친구의 여러 가지 심경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발견해낼 수 있었는데 나의 말 한마디가 친구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최근 대인관계에 변화가 있었다며 마음속에 담아두던 고민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친구와,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었다.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있었던 관계가 잘 풀리지 않아 다른 친구들까지도 서먹서먹해졌고, 지금은 화해를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라는 친구의 말. 평소에는 말수가 매우 적었기에 그런 모습이 나에게 익숙지 않았고, 친구 또한 내가 먼저 다가왔다는 점이 고맙기도 하고 평소 활발하고 외향적이던 나의 성격과 달라보여서 처음엔 다소 경계심도 들었다고 했다. 조금이지만 친구에게 마음을 담은 위로와 도움을 건넬 수 있었고, 그 친구와는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 주위의 친구들은 어떻게 그 아이와 친해진 것이냐며 조용한 아이인데 같이 대화하기 힘들지 않느냐며 물어왔지만 의미 있는 미소로 일관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 친구를 통해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내성적이어서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털어놓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던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러한 일들은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것인데 고맙다는 말을 듣는 내가 오히려 미안할 정도였다. 또래상담의 진정한 의미와 나에게선 정말 작은 관심과 위로의 한마디가 그 친구에겐 얼마나 크게 닿을 수 있는지, 그를 통해 얻는 또래상담자로서의 보람을 몸소 느끼게 해준 뜻 깊은 경험이었다. 그 친구는 지금도 때로 비밀을 나누며 자주 왕래하고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난 오늘도 내 주위를 한번 더 살펴본다. 친구의 미소, 한마디 한마디, 행동, 세세한 것 하나까지도. 그들을 대함으로써 내가 놓칠 수 없는 소중한 한 순간이고,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할 땐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주위의 외로운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속삭여보자.

“내가 너의 손을 잡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