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석(가명)이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겨우 한 학기 다니고 중퇴했다. 그 무렵 부모님은 별거를 시작했고, 현석이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현석이를 데려갈까봐 학교는 물론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고, 거의 6년을 집안에서 바깥바람 한번 제대로 쐬지 못하고 지냈다.
참다못한 현석이는 가출을 해 아버지에게 갔다. 아버지와 살면서 검정고시 준비도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돈을 벌어야겠다 싶어 안 해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청소년상담지원센터와 만났을 때 현석이는 무엇보다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학교에 진학해 빨리 제 손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센터에서는 현석이가 밀알희망평생교육원에서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었다. 오랫동안 공부에 손을 놓고 있었던 터라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현석이도 곧 적응했다. 센터의 청소년동반자와 교육원 교사들의 관심과 배려도 현석에게 큰 힘이 됐다.
중입 검정고시까지 합격했지만 직업학교에 진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직업학교에서 고용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인 현석이 입학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이때도 센터의 지원이 컸다. 센터의 연계기관인 호남직업학교에 특차로 입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석이는 6개월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건설기계 운전 자격증도 땄다.
그러면서도 공부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현석이는 처음에만 해도 초등학교 졸업장만 따고 기술을 배워 돈을 벌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소년동반자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가까운 미래만 생각하고 진로에 대한 뚜렷하고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현석이는 학교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교육교실인 해밀교실에 들어가 1차 중졸 검정고시를 무난히 통과했다.
한편 사회 적응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2개월 동안 청소년직장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금 현석이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예전에는 내 환경과 모습이 항상 불만스럽고, 늘 혼자 사는 것 같았다"는 현석이는 "이제는 점점 자신감도 생기고, 또 다른 나의 미래를 꿈꾼다"고 말한다.

지역 전체가 청소년을 돕는 통합지원체계, CYS-Net
현석이처럼 한국청소년상담원과 상담지원센터를 통해 상담, 보호, 자활, 교육 등의 서비스를 받은 청소년은 모두 22,833명(2006년 12월 현재, 3월부터 집계)이다. 현석이는 센터를 통해 교육과 자활 등의 다양한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검정고시 공부는 해밀교실에서, 직장체험은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지역사회가 상호 연계하여 위기 청소년들에게 의식주, 정서적 지지, 학업 및 진로 상담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Community Youth Safety-Net)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와 한국청소년상담원(원장 이배근)이 2006년부터 도입, 94억원을 들여 전국 16개 시·도와 38개 시·군·구에서 시범실시 됐다.
이전의 센터들이 심리상담 중심으로 이뤄지고, 기타 서비스에 대해서는 상담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진행됐던 한계를 보완하는 CYS-Net은 어떤 청소년이 어떤 상담자와 만나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교육인적자원부와 경찰청, 각 의료기관들과의 협약을 맺고 지역에서도 별도의 협의회를 꾸려 평균 10-15군데의 기관들이 청소년지원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청소년들이 센터를 찾으면 센터에서는 이 내담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1차적으로 파악한다. 공부하길 원하는 청소년에게는 학교나 교육기관을, 정신적·육체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연계시켜준다. 자립을 하고싶다는 청소년에게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거나 직장을 주선해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동반자(YC, Youth Companion)들이 청소년들을 바로 곁에서 도와준다. 전일제 YC들은 센터 내에 상주하면서 지원 업무를 맡고, 시간제 YC들은 일정한 시간동안 자유롭게 아이들과 만난다. 전일제 YC들이 센터 내에서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고 행정업무도 하는 동안 시간제 YC들은 청소년들의 일상에 어우러지면서 친밀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함께 영화를 보거나 공부를 하면서 청소년들의 안정과 자립을 돕기도 한다. 시간제 YC들을 통해 좀더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위기청소년들의 즉각적인 구출을 맡는 위기개입팀도 꾸려져있다. 성매매나 성폭력의 피해를 입은 청소년, 가출이나 비행경험이 있는 청소년 등 다양한 청소년들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같은 청소년들이 청소년전화 1388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면 지역의 위기지원팀이 즉각 출동한다.
성매매나 성폭력 피해 청소년인 경우 함께 산부인과를 간다. 가정불화로 고통 받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가정방문으로 부모님 상담도 진행한다. 쉼터를 가기 원하는 청소년들은 쉼터와 청소년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쉼터를 골라 연계해주기도 한다. 상담과 설득을 했는데도 쉼터도, 집에도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가출 청소년들에게는 따뜻한 밥 한끼를 사주고 계속 연락하라는 부탁을 하고 돌아오는 것도 위기지원팀의 몫이다.
일단 위기지원팀의 도움으로 1차적인 위기상황이 끝나면 청소년들은 YC에게 연계되어 앞서 말한 복합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1인당 평균 5.6회, 성격, 학업·학교부적응 상담 많아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CYS-Net 서비스 이용횟수는 129,180회로 1인당 평균 5.6회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내용별로는 개인상담이 83,409회(64.6%)로 가장 많았다. 가족상담(5,345회, 4.1%), 식사제공(3,611회, 2.8%), 일시보호(1,397회, 1.1%), 교육지원(1,266회, 0.9%), 긴급구조(668회, 0.5%)가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의료지원, 법률지원, 문화활동 등의 서비스가 제공됐다.
상담 내용은 주로 대인관계, 성격, 진로와 학업·학교부적응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청소년들은 가족, 대인관계, 성격을, 청소년들은 비행, 학업·학교부적응, 생활습관·태도와 관련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인관계·성격에 관한 고민은 줄어들고, 진로 상담이 느는 경향을 보인다. 비행과 학업·학교부적응은 연령과 무관하게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CYS-Net 운용 두 해째가 되는 올해부터는 참여 시·도도 크게 늘고 보다 다양한 지원협력체계가 구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