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고3 생활, 너무 힘들어 죽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뭐라고 먼저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요즘 저는 너무나 힘이 들어서 죽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려고 다시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오빠, 그리고 저 이렇게 네 식구이고 아주 평범한 집안입니다. 오빠는 저와 연년생인데, 공부를 잘 하는 편이었으나 작년에 입시에 실패해서 현재 재수 중입니다.

저는 공부를 뛰어나게 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 영, 수 같은 주요 과목 점수가 아주 좋았고, 또 고등학교 1학년 때 실시했던 지능검사 점수가 좋아서, 선생님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3학년이 되어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였는데, 오히려 더 불안하고 계속 잡념만 떠올랐습니다. 당연히 시험 성적은 떨어지고 집에서 엄마, 아빠는 공부 잘하는 친구를 들먹이며, 저보고 그 애보다 뭐가 부족해서 공부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고 비교하십니다. 안 그래도 속상하고 부모님께 죄송한데, 정말 부모님이 이런 얘기를 하시면, 너무 화가 나고 아무 얘기도 하기 싫어집니다.

또 언제부턴가 친구들하고도 멀어지게 됐고, 친구들 앞에서는 짜증을 내거나 하면 얘들이 더 싫어할까 봐 재미있는 농담이나 하며 지냅니다. 날이 갈수록 책상 앞에 앉아 있기가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친구들에게 조그마한 잘못이나 거짓말을 한 것이 있으면 계속 그 생각만 떠오르고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는 짜증만 부리고, 그럴수록 부모님은 더 저를 질책하시고, 아주 사소한 얘기도 마치 저와 공부 잘하는 친구를 비교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면 주로 잠을 자며 상황을 회피해버립니다.

하지만 입시 날짜는 다가오고 언제까지 계속 이런 생활을 반복할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이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만약 대학에 떨어지면 어떡하나,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됩니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때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될 것 같고, 그렇다면 나의 미래는 너무나 희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면 너무나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고,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죽고 싶습니다.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편안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런 생각이 날 때면, 엄마 아빠 얼굴이 떠올라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길고 두서없는 글이지만, 꼭 좋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님의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우선 말하기 힘든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적어 보낸 용기를 높이 평가합니다. 입시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힘든데, 거기다가 부모님과의 갈등, 그리고 친구들과의 문제까지 겹쳐져서 무척이나 괴로워하는 것 같군요. 그래서 자살까지 생각하게 됐고요. ○○님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아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님은 고3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고, 또 오빠도 재수를 하고 있으니, 혹시 부모님이 자신에게도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요과목도 잘하고 지능지수도 높아 주위의 관심도 받고, 스스로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을 텐데, 오히려 성적이 떨어져 실망도 클 것 같고요. 더구나 부모님은 다른 친구와 ○○님을 자꾸 비교해서, 부모님과 대화도 잘 안 되고, ○○님의 마음속엔 죄책감과 함께 분노가 생겼을 것 같네요.

또 친구 관계를 보면,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단지 피상적인 관계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굉장히 외로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주변에 누구 하나 ○○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친구들이 자신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까 봐, 그리고 부모님이 자신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할까 봐 걱정이 되겠군요. 결과적으로 ○○님은 자신에 대해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또 이런 상태가 계속 반복될 것 같아 절망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럼, ○○님이 느끼는 불안감, 외로움, 죄책감, 분노, 그리고 절망감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님의 경우는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고 주변의 사람들, 특히 ○○님에게 중요한 타인들에 의해 평가되는 것을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부모님은 공부 잘 하는 친구의 좋은 점과 ○○님의 좋지 않은 점을 비교하셨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님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좋은 점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자신의 좋지 않은 면만을 인식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마치 모든 잘못은 ○○님 자신에 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이 생겨나고, 이런 죄책감은 분노를 일으켰을 것입니다.

친구들과 있을 때도 항상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를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늘 초조하고 불안하였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님은 자신의 장점들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지도 못한 채, 인식의 폭이 너무나 좁아지게 된 것 같군요. 현재를 힘들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게 되고, 또한 이런 상태가 계속되리라고 믿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서도 절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된 것입니다.

○○님, 이제 조금만 고개를 돌려 생각해 봅시다. 타인에 의해 나를 평가하지 말고, 나에 의한 객관적인 눈으로 나를 평가해 봅시다. 그렇다고 자신의 좋은 점만을 바라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또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장점들과 단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님도 객관적인 눈에 의해 자신의 단점들뿐만 아니라 장점들까지도 발견한다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자신이 이렇게 외롭고 힘들 때 도움을 청하면, 분명히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재미있고 좋은 얘기만 한다고 그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얘기해 보세요. 아마 친구들과의 관계가 훨씬 더 가까워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고3 수험 생활, 뜻대로 되지 않고 여러 고민이 겹쳐 분명 힘든 시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찰나의 고통 때문에 미래에 있을 새로운 경험들, 즐거운 일들을 포기해버린 채 삶을 놓아버린다면 너무 안타까울 것입니다. 이 힘든 시기를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극복해나간다면, ‘살아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시점이 올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님은 분명 잘 해 내리라 믿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