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는 도쿄에서 최대치를 발한다. 작고 소소하나 감각적이고, 심플하고 간결하나 그 속에 세련됨이 엿보인다. 골목골목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하면서도 화려한 불빛 근처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의 역동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끄럽게 북적이는 와중에도 줄맞춰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 노점에 붙어 서서 하얗게 거품이 오른 생맥주를 들이키는 회사원의 뒷모습은 도쿄만의 상징이자 풍경 그 자체가 되었다. 학생들은 끊임없이 그들만의 특유 문화를 형성하고 개성을 뽐내며 도시를 이끌어간다. 도쿄는 도시만의 강력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음과 동시에 각인될 만큼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얄밉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 나라 만의 매력이자 여행자의 발길을 이끄는 특별한 이유가 된다. 이번 달에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수도이자 짙은 개성을 가진 도시, 도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간토(關東) 지방의 도(都)이자, 일본의 수도인 도쿄는 세계의 경제, 교육, 상업, 문화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요한 국제적 도시이다. 한국과의 지리적 이점으로 많은 여행자들이 주말 또는 연휴를 이용해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관광은 물론이고 만화, 애니메이션, 장난감 등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키덜트(Kidult)제품들이 특히 전 세계의 마니아층의 발길을 이끈다. 더욱이 지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은 도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에, 높은 빌딩에 막힌 덥고 습한 공기에 숨이 막히지만 가을은 붉고 노란 낙엽이 도시 전체를 뒤덮어 산책이 즐겁다. 아울러 포장마차에 앉아 생맥주와 꼬치 등을 즐기며 높고 맑은 하늘을 탐닉하기 최적화된 시기이다.


신주쿠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일본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는 최대의 번화가이다. 비즈니스, 쇼핑, 유흥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요지로서 도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의 신주쿠역은 사람으로 역 전체가 뒤덮여 서로의 어깨를 쓸며 움직인다. 힘겹게 역을 벗어나면 거리는 크고 높은 현대식 백화점과 대형 빌딩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신주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도쿄도청 전망대로, 도쿄의 번쩍이는 야경을 기대한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짙은 밤, 발밑에서 보석처럼 밝은 빛이 일렁이는 풍경이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도쿄의 젊음과 혼잡함을 함께 경험해 보고 싶다면 하라주쿠가 좋다. 다케시타도리(竹下通り)는 하라주쿠의 중심가로 먹거리, 쇼핑 등 즐길 거리가 길게 펼쳐져 있다. 레이스와 귀여운 장식으로 온몸을 한껏 꾸민 젊은이들은 격양된 표정으로 거리를 누빈다. 우리 눈에는 다소 특이한 테마의 가게들도 많다. ‘저런 걸 누가 사’라는 생각이 잠깐 스치다가도 들락날락 거리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에 이내 다문화 수용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도쿄 내에서 전통미를 찾고 있다면 아사쿠사로 가면 된다. 아사쿠사에는 628년에 창건된 센소지라는 가장 오래된 절이 있다. 센소지의 큰 규모, 100개의 관음상이 있는 5층 석탑, 그리고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니텐몬(二天門)은 도쿄의 자랑이다. 우선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센소지로 들어가기 전 마주하는 수호문, 가미나리몬(雷門)이다. 일본 특유의 신사 입구 모양과는 같지만 그 크기가 압도적이다. 커다랗고 붉은 문을 지나 본당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사람들은 앞에 마련된 물가에서 손을 씻고 마음을 경건히 한다. 그리고는 큰 소리를 박수를 치고 합장을 하며 저마다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한 기도를 한다.
아사쿠사에는 절뿐만 아니라 나카미세(仲見世)라는 참배길도 유명하다. 참배길이라고 하지만 300m가량의 길 양옆으로는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상점가가 늘어서 있다. 100년 이상이 된 가게도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모든 도시가 그렇겠지만 특히 도쿄에서는 짧은 관광보다 장기간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 ‘심야식당’에 나온, 또는 나올법한 골목 속 나만의 소박한 맛집을 찾아본다든지, 멍하니 긴자의 2층 커피숍 유리 창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혼잡한 도시 속 바쁘게 이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한다든지, 평일 한산한 도로를 터벅터벅 걸으며 다소 생소한 전시회, 박람회 등을 구경한다든지, 포장마차에서 라멘을 하나 시키고 생맥주를 홀짝이며 하루를 마무리해본다든지. 잔잔하게 하루하루, 매일을 느긋이 지내보는 것이다. 가까운 여행지에서의 편안함, 거기에 조금의 낯선 매일을 꿈꾸고 있다면 도쿄는 기대 이상의 추억을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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