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서도 한동안 꿈이 잊히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중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꿈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주 귀여운 점보 코끼리가 내 품에 꼭 안겼고, 함께 하늘을 나는 꿈이었다. 잠이 깨어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태몽이 틀림없었고 바로 아이를 가졌다. 태몽처럼 특별한 꿈 외에도 반복적으로 꾸는 꿈도 있고, 뒤끝이 찜찜한 꿈을 꾸기도 한다. 그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인터넷 정보를 뒤지곤 했다. 꿈의 의미가 궁금해서다. 그런데 인터넷 정보는 과연 맞는 것일까? 최근 아이를 낳고 육아에 지쳐있을 무렵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고, 이내 왜 이런 꿈을 꾸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문득 프로이트의 『꿈의해석』이 생각났다. 그 책이라면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20세기 최고의 사상가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에 집중했고, 대표적으로 꿈은 ‘무의식’의 일면을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꿈의해석』은 다양한 문헌과 사례를 토대로 ‘꿈’에 대하여 이야기 한 인문고전이다. 책에 따르면, 꿈은 일상생활에서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 어린시절의 기억들, 자신이 생각하고 본 줄도 몰랐던 ‘어떤 것’들을 재료로 삼아,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소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망을 알아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꿈의 내용은 사실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비유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생략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꿈은 의식 활동의 연장이어서 우리의 평상시 생각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꿈은 우리를 일상으로부터 해방시키기보다는 그곳으로 귀착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거나 행동했던 것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꿈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낮 동안의 자극이나 집념, 열정 따위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고 본다. -본문 중에서

그런데 자고 일어나도 꿈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꿈을 꾸지 않는 것일까? 프로이트는 ‘꿈의 망각’을 저항의 일종으로 보았으며, 저항을 극복하게 해서 꿈을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꿈의 해석을 방해하는 심리적 저항이 있음을 확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꿈의 심리적 저항을 극복하고 꿈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꿈이 의미 있는 형성물임을 확신한다면, 이러한 의미를 예감하는 것까지는 언제나 가능하다. 그런 차원에서 꿈을 해석하는 작업은 지속적인 열정을 필요로 한다. -본문 중에서

이처럼 꿈은 우리의 ‘소망 충족’에 기여한다. 자신조차도 알아채지 못하는 ‘소망’을 보여주기 위해 꿈은 부단히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심지어 소망과는 반대의 내용을 보여주는 꿈조차도 사실은 우리의 ‘소망’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라니, 이제는 도저히 꿈을 그저 사소한 것으로 치부할 수가 없다.

아침에 생각나는 꿈은 내가 밤새 꾸었던 수많은 꿈들 중에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그 꿈에는 얼마나 많은 나의 소망과 욕망들이 새겨져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꿈에 대한 인터넷 검색은 그만두기로 했다. 각자가 꾸는 꿈은 모두에게 다른 의미와 상징이기에, 천편일률적인 해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꿈을 기억해내고 해석할 수 있는 소양을 키워볼 참이다. 꿈이 나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지만, 꿈을 천천히 해석하다 보면 요즘 나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불편하게 느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밤엔 어떤 꿈을 꾸게 될까. 꿈의 세계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