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경쟁심 때문에 공부가 되질 않아요. 이제는 공부할 의욕이 없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OO이라고 합니다. 제 친구 XX라는 애가 있는데, 그 애는 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에 살아서 친하게 잘 지냅니다. 그리고 학교에 올라와서 같은 반이 항상 같이 다니는 단짝입니다. XX는 초등학교 때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하여 다른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어요. 저도 XX에 못지않게 공부나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와서 같은 반이 되면서 저는 XX에 대해 경쟁의식을 느끼게 되었어요. 지난 중간고사에서 XX가 1등을 하고, 제가 2등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말고사 때는 XX를 제치고 1등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여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워 공부했습니다. 밤에 시험공부를 하다가도 문득문득 'XX도 지금 공부하고 있을 텐데, 나는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하는 불안감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었습니다. 공부하는 내내 마음이 점점 무거웠죠. 그런데도 결과는 예전과 같았습니다. 저는 이번 성적을 보고 너무도 낙심하여 이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낼 수가 없을 것만 같습니다. 자꾸만 XX 앞에서 초라해지는 제 모습에 더욱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XX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인간인가 봅니다. 이류인생이라고나 할까요.

겉으로는 XX에게 또 1등을 차지해서 좋겠다면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는 정말 비참했었습니다. XX가 제 축하를 받고 웃어주었는데, 꼭 저를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아무리 해도 나를 이길 수가 없어"하고 말하는 듯이 말이죠.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났는지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방에서 혼자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보며 얼마나 한심하고 가엾은지 더 눈물이 났습니다. 친한 친구를 혼자서 경쟁상대로 삼아서 유치하게 구는 저 자신이 한없이 불쌍하고 역겨웠습니다. ‘과연 내가 이렇게 공부해서 뭐하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고요. 성적이라는 것에 제 자신을 얽매어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고 이 때문에 친구까지 진정으로 대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 싫습니다. 선생님,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할까요? 공부고 뭐고 다 그만두고 어디 조용한 바닷가 같은 곳에 가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OO이는 그 나이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 정신적으로 성숙하였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군요. 사실, 중학교 때는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회의를 가진다든지 그리고 친구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면서 실망하고 힘들어 하는 학생이 별로 없죠. 그런데 OO이는 XX를 통해서 자신이 XX에 대해 잠시나마 가졌던 경쟁의식에 대해 한심해 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자기반성의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 참 대견스럽군요. 그런데 이번 기말고사에서 OO이가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해서 상심하고 힘들어하고 있어서 선생님도 마음이 안됐어요.

OO이가 XX와 참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경쟁의식을 느끼는 것에 대해 자신을 많이 비하하고 그런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는데 전혀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가지는 정상적인 마음이니까요. 그리고 자신과 가깝고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것이지 멀리 있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러한 마음을 갖지는 않는 법이죠. 그리고 그런 마음을 통해서 발전이 있을 수 있죠.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잘하고 싶고, 잘 나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죠. 오히려 그러한 마음을 통해서 긍정적인 쪽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훨씬 OO이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OO이가 자신은 공부를 아무리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런 생각을 빨리 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OO이가 친구에 대해 가지는 그러한 마음으로 공부에 대한 회의를 느끼면서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OO이가 자신이 왜 공부를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되네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도 좋은 일이지요. 공부를 해서 내가 다른 친구보다 하나 더 알거나 모르거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배운 지식을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어 그러한 지식을 실천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또한, 아름다운 지성으로 다른 사람과의 대인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 더 진정하고 소중한 것일 수도 있어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 편하게 먹고 해야 더 잘되는 법인데 OO이는 이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아니 XX를 이겨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공부하는데 지장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누군가를 제치고 이긴다는 것은 삶에서 참 기쁜 일이예요. 하지만 자기만 원하는 대로 단시간에 다 그렇게 되지만은 않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우리들은 그 사람의 뒤에 숨은 노력은 생각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업적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여 어떤 사람은 항상 잘 되는 것으로 오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생각해 보건대, 분명 XX도 상당한 노력을 했을 거예요. 단지 그러한 노력을 OO이가 보지 못하고 OO이 자신의 노력만을 절대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OO이가 자신은 해도 안 되는 이류인생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군요. 한 송이의 꽃을 피우는데도 온갖 정성을 쏟기 마련이지요. 아름답게 핀 꽃을 보고 우리는 그냥 아름답다는 찬사 한마디만 보내면 그걸로 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땅속에서는 뿌리를 통해서 줄기와 봉우리에 영양분을 보내느라 아주 바쁘게 활동하고 성장을 하고 있죠. 그 어느 것 하나 그냥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법이지요. OO이가 이번에 한 노력은 언젠가는 커다랗고 잘 영근 열매를 맺을 거라 기대해요. OO이가 이번에 들인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서 부딪히게 될 텐데, 그때 OO이는 다른 누구보다 더 슬기롭게 이러한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번을 계기로 해서 자신의 학습방법을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사람마다 학습방법이 다르고, 과목마다 학습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자신은 어떻게 하고 있나를 점검해 보고 다른 여러 방법도 시도해 보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통 문제를 겪을 때 그 문제에 대한 상처만 가지고 혼자서 아파하고 의기소침해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번 나의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실패하고 실수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를 계기로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대처해 나가는 자세가 더 필요한 법이죠. OO이는 마음을 성급하게 갖지 말고 천천히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다시 도전해보도록 하세요. 편안하게 여유를 가지고 집중해서 공부한다면 아마 좋은 성적을 얻으리라 생각됩니다.

"나는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라고 자신을 압박하기보다는 하나씩 알아가는 소중한 앎의 가치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학업에 임해 보도록 하세요. 아이들이 열심히 놀 때 자신이 지금 놀고 있다는 의식조차 가지지 못하고 그 놀이 세계에 확 빠져들 듯이, 공부를 누구를 이기는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부하면서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책에 몰입해서 OO이의 학습세계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OO이가 XX와 다시 예전처럼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편하게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OO이는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OO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