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 기고

위기청소년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 “청소년안전망”

순천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센터장
/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
조연용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로 시작하는 조성모의 가시나무 노래를 들으면서, 내 안에서 분주하게 꿈틀거리는 마음들을 살펴본다. 기쁨, 분노, 즐거움, 우울, 중독, 불안, 그리고 사랑 등.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이 나에게 남기고 간 마음들도 그렇다.
청소년은 미완성이고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이미 온전하게 완성한 주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지금-여기 존재하는 청소년은 현재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아울러 청소년기는 신체적, 심리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성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발달단계로 불안정한 심리적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빈번하게 충돌이 일어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심리적 고통과 문제를 방치할 경우 성인기에 건강하지 않고 악화된 형태로 나타나 개인과 사회를 공격하고 파괴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팬데믹(global pandemic)이 선언된 상황으로 우리의 마음을 두렵게 만든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지금 청소년들은 건강하고 안녕하게 지내고 있는지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확진자는 289만명, 사망자는 20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우리나라 확진자는 10,738명, 사망자는 243명으로(4. 20. 09시 기준) 언제 종식될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사스ㆍ메르스는 물론 신종플루까지 진작에 넘었다. 인류의 삶도 어떻게든 크게 변화할 것이란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상담 현장에서는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답답해요.”, “집에서 부모님의 간섭이 심해져서 짜증이 많아졌어요.”, “이러다가 제가 죽을 수도 있을까요?”등 청소년의 우울, 불안 등의 호소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blue)’의 합성어인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인가? 위기에 직면한 청소년과 부모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해 ‘청소년안전망’의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또한, 급속한 문화적 변화, 지속적인 이혼율 상승 및 경기침체로 인한 실직 등으로 가정해체가 증가하고 있으며, 전통적 가족 기능 약화에 따라 경제적·심리적으로 위기 상황에 처해있는 청소년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사회·문화적인 변화로 인해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은 심화되었으나 이를 예방하고 개입할 수 있는 가정과 학교 등의 1차적 안전망 기능은 오히려 약화되었고, 이로 인해 폭력피해(성·가정·학교), 정신건강문제(우울증, 자해자살위험), 가출, 인터넷·스마트폰 과몰입, 법적 문제(절도, 사기)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진 위기청소년들과 학교를 떠나는 학교 밖 청소년이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이에 개별화된 지역사회 청소년 지원서비스를 통합·연계하여 ‘정신건강문제’, ‘폭력피해’,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등 위기청소년에 대한 상담·보호·의료·자립 등 맞춤형 서비스를 One-Stop으로 제공하기 위해 ‘청소년안전망’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안전망 사업은 지역사회 청소년관련 기관 간의 네트워킹을 통한 통합지원체계 구축과 위기청소년에 대한 전화상담, 구조, 보호, 치료, 자립, 학습 등 서비스 제공을 통해 위기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삶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청소년상담정책의 일환으로 1990년부터 설치하기 시작한 ‘청소년종합상담실(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은 「청소년복지지원법」에 근거하여 2019년 현재 17개 시·도와 214개 시·군·구에 설치·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청소년안전망’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2019 청소년백서」를 살펴보면, 청소년안전망 서비스 이용 실인원은 남자가 49.4%(85,388명)이며 여자가 50.6%(87,610명)로 남자보다 여자 청소년이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안전망을 통해 청소년에게 지원된 서비스를 살펴보면, 전체 2,981,459건으로 2017년 대비 16.5% 증가하였다. 이는 위기청소년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청소년안전망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청소년 및 부모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Jim Dator)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한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높게 평가하며, “한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세계 많은 국가가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의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라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청소년정책도 시대적 변화에 따른 청소년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적극 개입하기 위해서 기존 활동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청소년 문제해결 및 예방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상담기법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한국형 롤모델이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에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갖고 있는 청소년에게 관심을 놓지 않는 어른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위기청소년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지역사회의 플랫폼인 ‘청소년안전망’을 지금 노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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