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우리 애가 외로워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애가 외동딸이라 형제도 없고 외로움도 잘 타는데 정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없는 것 같아서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야 할 지 모르겠어요.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와 나눌 수 없는 이야기도 늘어가는 것 같은데.. 정말 생각도 깊고 바른 아이와 우정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형제 하나 없이 자란 따님에 대해서 진정한 친구 없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염려가 되시는 군요. 아마도 어머님께서는 좋은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따님에게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고요. 하지만 어머님의 걱정처럼 요즘의 청소년들의 친구에 대한 가치관이나 기대는 전과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어쩌면 문화적 혜택과 다변화된 사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서, 친구문제가 이삼십년 전과 같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주 달라졌을까요? 기본적으로 친구를 사귀어 가는 골격은 같다고 생각해요. 자신과 공통점이 있거나 나에게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고, 말이 통하는 친구를 선호하여 사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합니다. 단지 그 방법이나 이야기 소재, 관심분야에 차이점이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요즘 아이들'은 진지하지 못하고 경솔하고 충동적으로 보이는 것은, 대부분은 세대간의 시각 차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무거운 고민과 문제를 여전히 친구에게 가장 먼저 들고 갑니다. 그들에게 있어 친구만큼 힘이 되기도 하고, 힘을 빼게도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다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 모양새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오해할 수도 있겠지요. 또한 전에도 마찬가지이었지만 모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은 그다지 쉽지도 당연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아마 어머님이 따님의 친구에 대해 고민하게 된 데에는 어떤 구체적인 사건이 있을 것 같아요.점점 어머님과의 대화의 범위가 줄고 있는 반면에 그런 대화의 영역을 넓혀줄 친구가 없는 것을 느낄 만한 일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쩌면 특별한 일이 없다 하더라도, 좋은 친구와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님의 한결같은 바램일것 같습니다. 생각이 깊고 바른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 가치관을 확립하고 사춘기를 잘 극복한다면 참 좋을 텐데요.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학교에서 모범적이고 비교적 가정환경도 좋을 것 같은 친구만 사귀어라!'라고 하면 그렇게 될까요?그건 아닐 겁니다. 나의 기준, 또는 어머니의 기준에 맞는 안경을 끼고 친구를 선별해서 기준에 맞는 친구를 찾았다 해도 그 친구와 정말 얼마나 많은 고민을 나눌 수 있겠어요? 처음부터 골라서 사귄 친구라면 말이에요.

먼저 Open mind로 한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열린 맘과 진심을 가지고 다가간다면 그런 점을 알아볼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즉, 좋은 친구를 찾을 수 있는 방법보다는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다가가서 최선을 다하여 좋은 친구가 되어줄때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그런 친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어떤 기준에 맞추다 보면 실망하기 쉽고 친구도 그런 잣대로 평가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역시 똑같은 잣대로 나를 재고 있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중학생이면 아직 친구에 대한 생각이나 가치를 세우는 과정인 것같아요.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어머님께서 자신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시고 진실한 친구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친구란 때때로 그런 오해나 상황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당연한 친절을 베푸는 것만으로는 친구라고 할 수가 없지요. 예를 들어 따님이 친구의 이기적인 행동을 했다면 실망하기 전에, 왜 그랬을지 이유를 알려고 해야 하며, 잘 모르더라도 일단 믿어주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따님의 그런 열린 마음과 바램이 있다면 멀지 않은 곳에 얼마든지 진실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며칠 사이가 아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어쩌면 중학생인 따님이 고등학생이 되어서 평생 남을 친구를 사귈 수도 있지만 지금 만나고 있는 친구들과의 우정도 소중히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비록 어울려 다니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로도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가끔은 어머님께서도 부모의 입장으로가 아니라 친구처럼 고민에 귀기울여 주시는 눈 높이로 마음을 열어보세요. 조금만 기대를 낮추시면 생각 이상으로 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따님의 그 시기에 가질 수 있는 고민에 관심을 갖고 공감해 주신다면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