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컴퓨터밖에 친구가 없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했는데요. 컴퓨터에는 온갖 것이 다 들어있고 너무너무 컴퓨터가 좋아요. 그래서 자나 깨나 눈만 뜨면 컴퓨터와 붙어 지냈어요. 학교에서 곧장 돌아오자마자 컴퓨터와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서 새로운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까지는 잘 몰랐는데 중학교에 올라와 보니 다른 애들은 친구가 있는 거예요. 저는 친구가 없거든요. 컴퓨터가 유일한 친구였어요. 그게 이상한 건줄 몰랐는데 다른 애들은 친구가 있고 저는 친구가 없는 게 좀 속상하게 느껴졌어요. 이제라도 친구를 좀 사귀어 보려고 해도 어떻게 사귀는 건지 잘 몰라요.

그리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에 달려가 컴퓨터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사실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사람을 대하는 것이 무섭다는 거예요. 컴퓨터는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주고 나를 나쁘게 생각 안하는데 사람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렵구요. 사람을 마주 대하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 몰라서 가슴이 뛰고 불안해 죽을 것 같아요. 제가 이런데 어떻게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방법 좀 알려주세요.

**님은 편지를 보니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대인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보다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컴퓨터라는 친구 하나만으로 충분한 것 같았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들처럼 친구도 좀 사귀고 같이 즐겁게 지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참 속이 상하겠어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친구를 사귀어 볼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은 참 다행한 일인 것 같아요.

사실 정도는 좀 다르겠지만, 대인관계에서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약간씩은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두려움이 지속되고, 그것 때문에 사람들을 아예 사귀지 못하거나 학교생활, 사회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한 것 같군요. **님이 이야기하는 내용 중에 사람을 마주 대하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 몰라서 가슴이 뛰고 불안하다고한 내용이 있었어요.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중에 **님이 이야기 한 것처럼 대인접촉 상황이나 발표상황에서 심한 긴장이나 떨림, 가슴 뜀 등의 신체적인 증상까지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무엇보다도 그런 긴장을 좀 풀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긴장이완연습을 통해 긴장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체계적 둔감법이라고 합니다.

먼저 긴장을 이완시키는 연습을 합니다. 그 방법을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조용한 곳에서 편안한 자세로 앉습니다. 두 눈을 감고, 발로부터 시작해 얼굴까지 모든 근육의 힘을 빼고 점차로 이완시키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코로 심호흡을 합니다.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들이마시고 내쉬고 '하나', 들이마시고 내쉬고 '하나'를 20분 정도 편안하게 계속합니다. 마친 후에는 눈을 감고 몇 분간 조용히 앉아 있다가 조금 지나면 눈을 뜹니다. 자신이 깊은 이완 수준에 도달했는지 걱정하지 말고, 방해되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무시하고 '하나'를 반복하면서 조용히 명상을 계속합니다. 이런 명상을 하루에 1-2번 정도 반복해서 연습하세요. 연습이 충분하고 이완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 대인관계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경우 중 가벼운 정도에서 무거운 정도로 순서대로 체크를 해보세요. 예를 들면 혼자서 컴퓨터를 할 때는 전혀 긴장이 안 되는데 학교 가는 길에 반학생들을 만나면 불안해지고, 그러다 교실에 가면 좀 더 불안해진다면, 긴장이 덜 되는 순서대로 목록을 적어보십시오. 그러고 나서 점차 대인관계에서 겪는 불안의 목록 중 불안과 긴장이 덜한 단계부터 상상해봅니다. 생각하면서 긴장이 되면 연습한 긴장이완법을 사용해서 긴장을 풀어줍니다. 그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점차 불안의 정도가 심한 상황까지 상상하면서 긴장을 이완시켜줍니다. 이것은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며, 단기간에 긴장이 완전히 없어지기는 힘듭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좀 더 쉽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람들은 컴퓨터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컴퓨터는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또 좋게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감정이 있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 개성이 다릅니다.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도 좀 잘 되는 것이 있고, 잘 안 되는 것이 있듯이 잘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고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어떤 사람과 관계가 좋다고 해서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고 때로는 갈등이 있을 수 있어요. 오히려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사고로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혹시 대인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이유 중 이런 생각 때문에 그런 점은 없는지 생각해 보고, 만약 도움이 안 되고 불합리한 생각이 있다면 고쳐나가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인관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대인관계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가면서 필요한 기술을 익혀나가고 연습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이제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기술이 많이 부족할 것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필요하고 여러 시행착오도 겪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의 경우 혼자서 해결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모여 각자의 어려움을 얘기하고, 서로 지지해주고 대인관계를 연습해볼 수 있는 집단 상담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아직은 연습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므로, 이 후에 편지를 더 보내서 도움을 받기 바라고, 가능하면 집단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꼭 다시 편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