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습관적으로 도박을 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은 둔 가정주부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들이 도박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번씩 도박을 하게 되면 많은 돈을 잃고 오면서도 태연하게 저에게는 거짓말을 합니다. 여의치 않는 살림이지만 아들은 기죽게 하고 싶지 않아 용돈을 넉넉하게 주려고 하는데, 한 달 용돈의 몇 배에 해당되는 돈을 도박으로 날리곤 해서 기가 막힙니다. 남편의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는 가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뿐인 아들의 도박으로 인해서 이렇게 한 번씩 일을 치루고 나면 모든 계획이 허사가 되어 버리고 살기가 싫어집니다.

처음엔 때리기도 하고 야단도 쳤지만 그만두지를 못해요. 작년에도 한 번 일을 치른 후 도박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서약서까지 써놓았는데 또 이렇게 일을 저질렀군요. 습관적으로 도박을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아들을 볼 때마다 남편도 미워집니다. 아들은 물론이고 남편까지도 보기 싫고… 요즈음은 건강상 핑계를 대고 회사도 휴직을 하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만 보내요. 남편도 도박을 가끔 하거든요. 아버지의 습관을 그대로 배운 건 아닌지 싶고, 어떻게 하면 도박성을 없앨 수 있을지 도와주세요.

아드님의 거듭된 도박으로 인해 모자지간에 신뢰가 깨어지고 그로 말미암아 어머니는 삶의 의미를 잃고 좌절에 빠져 우울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드님의 도박을 멈추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셨을 텐데, 매번 실패함에 따라 더 이상 노력할 기운조차 없는 모양입니다. 어머니의 애원조차 통하지 않는 아들을 바라볼 때 희망도 사라지고, 무엇을 위하여 돈을 벌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은 마음에 더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남편도 도박을 한다고 하셨는데, 어머니로서는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도박에 빠져 있으니 어머니의 삶이 힘겹게 보여 더욱 절망적으로 느껴지시는 것 같습니다. 아드님에 대한 배신감도 느꼈을 것 같고, 그것이 남편에게까지 확대되어 모두에게 미운 감정이 생기는 겁니다.

지금 어머니는 좌절감, 우울감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아드님의 인생에 대한 염려에다가 어머니의 신세에 대한 처량함이 더해져서 어머니에게 신체의 장애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좌절감, 우울감 등의 심리적인 병은 소화 장애, 위장 장애 등의 육체적인 병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드님의 도벽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좌절감과 우울감 등을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미움과 허탈감, 불신감으로 분노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자신을 냉정하게 통찰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아들에 대한 감정보다 남편에 대한 미움과 불신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아들의 도박을 대하는 어머니의 태도에서 남편에 대한 불만과 불신감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감정들이 아드님을 양육하면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습니다.

아드님이 도박에 자꾸 빠지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씀드리면, 아드님이 도박에 빠짐으로 해서 자신에게 무언가 득이 되는 부분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아드님은 도박을 통해서 부모로부터의 소외감, 또는 가정으로부터의 소외감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분출구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쩌면 아드님이 부모님에 대한 애정의 호소책으로 도박을 선택한 것은 아닐지 한번 통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부부간의 갈등에 대해 점검해보시고 아드님의 도박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둘째로는 아드님의 학교생활을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드님은 부모나 형제보다도 또래로부터 더욱 영향을 받기 쉬운 청소년기입니다. 아드님의 주변 친구들의 유혹과 압력이 어머니와의 약속보다 더 중요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이지요. 아드님 주변에 도박을 계속 하도록 만드는 친구가 있다면 그러한 또래관계에 대해서 잘 알아보셔야 합니다. 설사 아드님이 나쁜 친구를 사귄다고 하더라도 결코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반발심만 기를 수 있으니까요. 아드님의 학교 선생님이나 그 친구의 부모를 직접 만나는 방법을 통해 아드님이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셋째로는 아드님이 자라온 환경을 한 번 검토해보세요. 물론 이것은 아드님을 이해하기 위한 차원이며, 어머니의 양육방법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원하건 원치 않건 간에 어린 시절의 성장 과정은 현재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형제간 출생 순위나 부모의 자녀 양육 방법 등은 아드님의 성격형성과 삶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도박뿐만 아니라, 도벽, 가출, 약물남용 등의 행동은 거의 애정결핍으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며 수용 받고,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하는데, 이러한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어지지 않을 때는 욕구의 결핍을 채우기 위하여 도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드님에게 도박은 욕구 충족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도박을 통하여 느끼는 스릴과 긴장감 속에서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충족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넷째로는 성장환경과 관련되는데, 아드님의 타고난 성격 자체가 모험적이며 스릴을 즐기는 경향이 있어, 도박 같은 행위를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도박의 행위가 무모한 줄 알면서도 도박에서 느끼는 순간적인 스릴과 한 번 기회가 오면 잃었던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강한 보상심리에 대한 충동성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충동성은 자제되어 지도록 성장과정에서 잘 길들여져야 하는데 아드님은 그러한 훈련이 잘 안되어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 청소년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충동성도 아이들이 성장할 때, 행동에 대한 한계 설정을 부모가 제대로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어머니가 꼭 그렇게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살펴보면서, 아드님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깊은 사려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마음이 편치 않아 혼자 집안에서 지내신다고 하셨는데,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바로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때입니다. 좌절감, 우울감, 불신감 등등. 이러한 모든 것들을 함께 상의할 대상을 찾으십시오. 힘들고 어려울 때 상담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