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말 알면 소통이 쑥쑥, 모르면 오해가 만발
요즘 애들은 다 아는데 유독 어른들만 잘 모를 단어가 많다. 사실 그런 말은 몰라도 문제없지만 어른과 아이들의 소통이 어렵고 오해가 생기기 쉽다. 그래서 올 1월, 한글문화연대에서는 신세대가 자주 쓰는 신조어, 유행어, 은어 등을 선별해 ‘신구세대 소통사전(사진)’을 발간했다. 이번 호까지 그 내용을 살펴보면서 세대간 소통을 도모해 보자. 이 책을 보면 그동안 어른들이 갖고 있던 궁금증이 절로 풀린다. 그리고 아날로그의 정서를 갖고 있는 어른들은 디지털 세대의 언어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강추’나 ‘개념없다’ ‘돌싱’ ‘쌩얼’ ‘절친’ ‘알바’ ‘인증샷’ ‘셀카’ ‘얼짱’ ‘포스’ ‘훈남’ ‘당근’ 등은 인터넷이나 방송자막은 물론이고 방송 중에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이젠 웬만한 어른들도 그 의미를 잘 알고 익숙하게 쓴다. 40대 후반 조숙희씨는 “이런 말들은 아이들과는 물론이고 친구들과도 부담 없이 쓰는 말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 톡을 할 때도 스스럼없이 쓴다”면서 “어른들끼리도 이런 단어가 통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쉬운 걸 느낀다”고 말한다.
당황스러운 외래어 조어들 사용 피하는게 좋아
“간지(원래 일본말. 느낌, 분위기)나요”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칭찬인지 야유인지 몰라 당황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 말처럼 정확한 뜻을 모르고 또 어감이 애매할 때 오해가 생기기 쉽다.
어장관리(인맥을 위해 적당한 친분유지. 주로 남녀관계에서 사귀지는 않으면서 이성을 관리하는 태도), 초식남(남자다움을 들어내지 않으면서 취미활동에 적극적이고 연애에는 소극적인 남자), 건어물녀(직장에선 세련되고 능력 있는 여성이지만, 일이 끝나면 집에 와선 대충차려입고 맥주와 오징어 등 건어물을 즐겨먹는 여성) 등. 이런 표현도 대화중에 상대가 정확한 뜻을 모르는 것 같으면 설명해두는 것이 좋다.
개드립(영어 애드립에 낮잡아본다는 의미의 개를 붙인 말, 실언), 레알(real을 표기대로 읽음. 진짜라는 의미), 루저(loser 패자, 실패자), 노무족(No more uncle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 40,50대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을 추구하는 남성을 뜻함)처럼 영어가 혼용된 말은 영어실력의 부족으로 이해를 못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 더 당황스럽지만, 외래어 원칙에 어긋나는 이런 조어(造語)들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귀요미(귀여운 사람이나 대상), 지름신(소비를 부채질하는 신, 충동구매), ~느님(하느님에서 파생된 말로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 등도 방송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 중에 개그맨 유재석씨를 ‘유느님’이라 칭하는 걸 많이 들을 수 있다.
한편 갠소(개인소장),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까도남(까칠한 도시의 남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득템(얻을 득(得)과 영어 아이템의 합성, 획득) 먹튀(먹고 튄다)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 천성이 개그맨) 솔까막(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등 단어 줄임말은 말 하나하나를 따라하다 보면 이해도 되고 웃음이 터진다. 완소(완전 소중) 안습(안구에 습기차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안타까운 상황)처럼 줄임말 같지 않은 경우도 있다.
좋은 말 No, 뜻은 알아야 Yes
버터페이스(But her face를 자연스레 발음하면 버터페이스. 몸매, 학벌, 성격도 좋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외모가 아쉬운 여자에게 쓰는 단어. 외모를 비하하는 말) 빠순이(특정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쫒아 다니는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 열혈팬) 빵셔틀(학교 폭력의 한 형태. 셔틀버스처럼 친구들 빵 심부름을 하며 오락가락 하는 아이) 뻘짓(헛된 일) 짭(가짜, 모조품) 짱나(짜증나의 준말) 찌질이(외톨이, 못난 놈) 찐(진짜, 진품) 찐따(학급에서 친구가 없어 혼자이거나, 친구들에게 욕먹고 무시당하는 학생) 등은 듣기만 해도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말은 쓸 필요는 없지만 뜻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걍(그냥의 줄임말) 헐(헉의 다른 말, 당황할 때, 무시당했을 때, 화가 날 때, 짜증이 날 때, 놀랐을 때, 어이없을 때 등 여러 상황에 쓰인다) 등은 가장 짧은 심리묘사다.
뭥미?(뭐임? 뭐야?) 오나전(완전) 등은 컴퓨터 좌판에서 글씨를 빠르게 쓰려다 생긴 오타가 만든 신조어다. 그 유례가 매우 흥미롭다.
신구세대 소통사전(한글문화연대)
이 희 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