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마련된 ‘Life&Law’에서는 현직 변호사가 청소년과 관련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법률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줍니다. 딱딱하고 멀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우리 생활 구석구석 밀접한 법률 이야기 속으로 출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도용
만16세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일명 ‘셧다운(Shutdown)제’가 11월20일부터 시행됩니다. ‘셧다운제’ 반대 입장에서는 청소년들이 부모 또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게임에 접속할 것이기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주민등록번호의 ‘도용’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법적 개념이 희박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청소년들이 부모 또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게임하는 것에 대한 법적 문제와 게임회사의 책임여부, 대응방안 등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1. 인터넷게임과 주민등록번호 도용 문제 얼마나 심각한가요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인터넷 온라인게임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그늘이 드리워지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문제입니다. 결국 2006년 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라는 게임에서는 20만건을 넘는 것으로 보이는 주민등록번호 도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일부 청소년들은 게임 가입, 아이템 거래 등을 위해 단순히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의도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생성기’와 중국 등 해외사이트에서 불법적으로 수집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기 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전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불법 도용을 통한 게임 이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그 사안의 심각성과 불법성에 대한 인지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2. 주민등록번호 도용시에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할 경우에는, 주민등록법 제37조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주민등록법 제37조 (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0.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 자. 다만, 직계혈족ㆍ배우자ㆍ동거친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는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현재 주민등록법은 법률개정전보다 주민등록번호 ‘도용’에 대한 처벌이 예전보다 훨씬 강화되었습니다. 사기나 재산상·금전상의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그러한 목적없이 도용한 경우에도 처벌받게 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경우에도 당연히 형사처벌됩니다.
다만, 주민등록법 제37조 제10호 단서에 따르면 직계혈족 등 친족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경우에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도용당한 친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는 범죄조사와 고발 등 형사절차는 정상적으로 이뤄지는데, 차후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는 죄를 뜻합니다. 친족의 주민등록번호 도용의 경우 대개는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데, 이 때문에 주민등록번호 도용의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기도 합니다.
또한, 형법에 따르면, 만 14세 되지 아니한 자는 처벌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만 14세가 되지 아니한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접속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경우에는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주민등록번호 도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3. 인터넷 게임회사에 법적 책임은 없나요
앞서 언급한 ‘리니지’게임과 관련된 주민등록번호 및 명의 도용 사건에서 대법원은 게임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온라인게임 서비스 제공자가 실명정보의 확인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명의도용에 의한 회원가입 여부를 식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관련 인터넷 기술의 발전 수준, 해당 게임의 특성, 기술적 수단의 도입에 따른 일반 이용자에 대한 이익과 불이익 및 이에 따른 경제적 비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하급심에서 온라인 게임회사의 법적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과 달리, 대법원은 온라인게임회사는 실명정보의 확인의무를 부담하기는 하지만, 명의도용 발생 당시 실명자료 데이터베이스와 실시간 검색·비교하는 방법으로 확인절차를 거침으로써 실명정보 확인의무를 다하였다고 보았고, 따라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명의도용행위를 방치하여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다75676,75683 판결)
4. 온라인상의 주민등록번호 도용에 대한 대응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온라인사이트의 폭발적 성장으로 게임 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에서의 대규모 명의도용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이에 온라인상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수집을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또한, 본인확인방법의 대안으로 공인인증서 및 I-pin을 이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게임에서 주로 사용자 인증 방식은 ID입력방식인데 공인인증서 및 I-pin은 상대적으로 발급절차가 엄격하므로 도용의 위험성이 낮습니다. 또한 공인인증서와 I-pin은 타인에게 유출될 경우 각종 개인정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고의적으로 대여하거나 양도할 가능성이 낮으며, 학부모의 경우도 가정에서 자녀에게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하여 더 엄격하게 지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상 숙 (객원기자)
법무법인 한결한울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여성아동위원회 위원